쌍용건설 최종 매각가격 산정을 위한 정밀 실사(實査)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종업원지주회사를 추진 중인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실사 없이 곧바로 매각가격을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채권단 대표인 캠코(자산관리공사)와 주식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동국제강은 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14일 "우리사주조합이 캠코 등에 정밀 실사를 거치지 않고 최종 매각가격을 결정해 주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의 2대주주(18.2%)이자 지분 우선매수권(24.72%)을 가진 우리사주조합은 채권단이 매각할 지분(50.07%) 중 일부를 인수해 종업원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사주조합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최대주주가 되면 우선협상대상자는 경영권 확보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동국제강이 잔여 지분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분 인수가 불투명한 업체에 회사 영업기밀을 모두 보여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쌍용건설 측은 "정밀 실사를 꼭 해야 한다면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캠코는 정해진 주식매각 절차에 따라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에 대한 정밀 실사를 마치고 최종 인수가격을 확정한 다음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도 재무상태와 우발채무 등을 따져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실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수할 회사에 대한 실사도 하지 않고 어떻게 가격을 결정하느냐"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통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예비 및 본 실사 등을 합쳐 두세 차례의 실사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실사를 둘러싸고 쌍용건설 매각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는 14일 6.67% 하락한 1만9600원으로 마감하며 하루만에 2만원 고지에서 내려앉았다. M&A 이슈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것은 우리사주조합이 동국제강 컨소시엄 인수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