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중 북측의 총격에 사망한 박왕자씨 사건의 진상 규명이 북한 측의 협조 거부로 난관에 부닥친 가운데 사고지점 부근에 북한 측이 운영 중인 폐쇄회로(CC)TV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아산이 공개한 금강산 해수욕장 사진을 확대해 보면 박씨가 넘어갔다는 군사경계선 부근 북측 영내에 CCTV로 보이는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점이 육안으로 파악된다. 북한 측이 감시를 위해 CCTV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박씨의 움직임이 포착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은 비무장 여성 관광객이 북측 초병의 총격에 사망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실체에 접근할 길이 차단돼 있는 만큼 CCTV에 어떤 내용이 기록돼 있느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북한 주장에 따르면 치마 차림의 중년 여성이 성인 남성의 조깅 속도로 이동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의문이 CCTV로 인해 해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박씨가 평범한 여성 관광객이었다는 점을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이 어두웠는지 아니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밝았는지도 촬영된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부는 박씨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14일 오후 합동대책반 산하에 합동조사단을 설치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황부기 통일부 회담연락지원부장을 단장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8개 기관ㆍ부처 전문가들로 조사단이 구성됐다"며 "오후 4시부터 합동조사단 1차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방문 중인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이날 오후 귀환하기로 했던 일정을 변경,체류기간을 연장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날 "윤 사장은 북측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계속 협의를 하기 위해 좀더 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