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는 의회와 협의를 거쳐 뉴욕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정부의 신용한도도 늘려주기로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쪽과, 사태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 사이에서 대립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수습되고 있다는 쪽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패니매와 프레디맥 주가는 급락하고 있지만 디폴트위험을 나타내는 CDS(신용부도스왑) 스프레드 역시 크게 낮아졌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 조치들이 미국 모기지발 금융시장 혼란을 일거에 잠재우기는 어렵겠지만, 이들의 디폴트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여파를 차단하는데 기여해 증시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부국증권은 이번 대책이 신용위기라는 고통을 잠시 잊게 하는 진통제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임정현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분명 진행형”이라며 “美 주택가격의 불안정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십중팔구 다음에는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의 신용등급 현실화가 우려될 것으로 내다봤다. MBIA, 암박 등 모노라인 업체의 경우 주가폭락에도 불구하고 현재 ‘AA’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다는 것.
한국투자증권도 생각보다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지급불능 사태는 미국 모기지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의미한다”며 일개 금융기관 파산에 불과했던 베어스턴스 사태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두 국책모기지업체가 주택구입자들의 대출 채권을 인수한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MBS(자산유동화증권)은 지난해 美 전체 MBS 발행의 65%(3조3000억달러)를 차지했으며, 이는 미국 명목GDP의 24%에 육박하는 수치라 미국 정부가 서둘러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그 만큼 쉽게 진화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
게다가 베어스턴스는 미국 5위 금융기관이었지만, 자산규모와 영업수익 규모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합친 것의 약 25%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박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강력한 사태 진화 의지를 나타냈고, 금융사들의 CDS 스프레드가 지난 3월 베어스턴스 파산 위기 때보다 낮아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듯 하나, 모기지채권보증사인 암박과 MBIA 등은 최근 유동성 문제가 확산되면서 지난 3월보다 약 2배 이상 CDS 스프레드가 상승했다”며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신용도를 대변하는 두 기관의 유동성이 경색될 정도인 만큼, 이번 사태를 만만하게 봐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