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생 로랑, 조르지오 아르마니, 지아니 베르사체, 존 갈리아노, 톰 포드….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이들은 모두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가브리엘 샤넬, 도나 카렌,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여성 톱 클래스 디자이너들도 없지 않지만 패션계에서 유독 남성 디자이너들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뭘까.

답은 사회학자 프레드 데이비스의 저서 '패션, 컬처 앤드 아이덴티티'에서 얻을 수 있다. 데이비스는 남녀의 디자인적 성향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제품에 반영시키지만 남성은 이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 '내가 원하는 디자인'보다는 '잘 팔릴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이 치열한 패션계에서 유행을 선도하고 유명세를 타려면 재정적 지원이 절대적인데 여기에서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한 남성 디자이너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톱 클래스 남성 디자이너들이 '남성의 눈'과 '여성의 감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김도연 인터패션플래닝(트렌드 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패션은 개성을 부각시키는 수단이기 전에 '이성에게 어필하는 최상의 도구'가 되는데 고객인 여성 입장에서 여성 디자이너의 옷에는 같은 여성이 지향하는 디자인이 반영되지만 남성 디자이너의 옷에는 이성(남성)의 성향이 담긴다"고 설명했다. 즉 여성이 보는 여성과 남성이 보는 여성이 다르듯 남성 디자이너의 옷이 이성을 매혹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