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강한(strong) 커피',커피빈이 '풍부한(rich) 커피'라면 할리스는 '신선한(fresh) 커피'라고 자부합니다. 머지않아 국내 커피 시장에서 넘버 투(No.2)가 아닌 빅 투(Big 2)가 될 것입니다. "

토종 커피전문점 할리스를 운영하는 정수연 할리스F&B 대표(49)가 내세운 목표는 아주 현실적이다. 매장수 250개로 저만치 앞서 있는 1위 업체(스타벅스)를 무리하게 추월하기보다는 2위를 놓고 경쟁 중인 커피빈을 누르고 '독보적인 2위'가 되겠다는 것.할리스는 매장수(140개)에서는 커피빈(115개)보다 많지만 매장 크기 차이로 인해 매출에서 3위에 머물러 있다.

정 대표는 "초기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킬 때는 스타벅스ㆍ커피빈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유리하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 소비자들의 최신 트렌드를 겨냥한 발빠른 '마케팅'으로 정면 승부할 때"라고 말했다. 그의 가장 큰 장기는 바로 마케팅.그는 "마케팅에 관한 한 한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1984년 두산그룹 공채로 들어가 2002년까지 KFC사업본부장,그룹 전략기획본부장,OB맥주 마케팅 매니저 등을 거치며 '마케팅 전문가'로 잔뼈가 굵었다. 두산그룹 내에서 늘 어려운 부서에 배치됐지만 획기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놔 '구원투수'로 통하기도 했다. 예컨대 KFC에서 '트위스터'(토르티야식 치킨 샌드위치) 메뉴로 돌풍을 일으켰고,OB맥주에서는 '랄랄라' 감성 마케팅으로 하이트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도 했다.

1998년 출범한 '할리스'는 2004년 정 대표가 경영을 맡고 법인(할리스F&B)으로 전환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당시 매장 28개에 적자 투성이에서 지난해 매장 132개,매출 450억원의 알짜 브랜드로 탈바꿈한 것.막강한 글로벌 커피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그가 던진 승부수는 제품ㆍ서비스의 차별화와 틈새 시장 집중 공략이었다. '직접 볶은 후 1개월,개봉 후 1주일,분쇄 후 1시간 이내'의 원두로 제공하는 '신선한' 커피와 고구마 라테,아이오테(요구르트 음료) 등 스타벅스나 커피빈에 없는 특화 메뉴를 선보였다. OK캐쉬백ㆍ영화관 등과 다양한 제휴 마케팅을 펴,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한 것도 한몫 했다.

이렇게 한국 대표 커피전문점으로 입지를 굳힌 정 대표는 최근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올 4월에는 커피 본고장인 미국 LA에 역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정 대표는 "국내 소비자에게 검증받은 커피 맛과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라면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남미 5개국(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중국(조인트벤처),베트남(직영) 시장으로 진출해 할리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