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명의의 계좌 개설 행위가 횡행하는 등 금융회사 직원들의 금융실명법 위반 사례가 도를 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금융회사 12곳을 대상으로 사망자 명의를 이용한 신규 계좌 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2년 1월1일부터 2007년 8월31일까지 6년8개월 동안 5499명의 사망자 명의로 9782개의 계좌(거래금액 1418억원)가 새로 개설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타인이 사망자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창구에서 계좌 개설을 신청해도 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대부분 유족들이 비과세ㆍ세금우대 저축 가입 등 절세나 탈세 목적으로 사망자 명의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사망자 계좌 개설 과정에서 금융회사 직원들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10개 금융회사 직원 843명은 대리인이 사망자 명의로 계좌 개설을 신청할 때 사망자가 직접 와서 계좌를 튼 것처럼 처리했다.

이런 사례는 2005년 1월부터 2007년 8월까지 개설된 사망자 명의 신규 계좌 3033개 중 절반(49%,1484개)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6개 회사 직원 43명은 사망자 명의로 스스로 세금우대 저축 계좌를 만드는 등 금융실명제법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 명의는 대출에도 악용됐다. 감사원은 농협중앙회와 농협지역조합 등에서 사망자 명의로 대출을 신청했는데도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560건,액수로는 73억원 규모의 대출이 이뤄진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행정안전부 장관과 협의해 사망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고치도록 권고하는 한편 사망자 명의의 계좌 개설과 관련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관련자 886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다.

또 실명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사망자에게 대출해 준 농업중앙회 및 지역조합 관계자 415명에 대해서는 문책 등 적정한 제재를 하도록 통보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