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픽쳐스 아이필름 나우필름 등 주요 영화 제작사들이 잇따라 강남을 떠나고 있다. 영화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서울 강북이나 경기도로 사무실을 이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제작사 아이필름은 지난달 사무실을 청담동에서 고양시 화정동 화정아카데미타워로 옮겼다. 화정아카데미타워는 고양시 산하 지식정보산업진흥원이 방송영상산업 진흥을 위해 장기 임대한 건물로 영상 업체들에 임대료를 대폭 낮춰주고 있어서다. 아이필름의 한 관계자는 "임대료가 강남의 5분의 1 수준이며 회의실과 세미나실 주차공간 등 부대시설 지원까지 합치면 실제 사무실 운영비는 더욱 낮아진다"고 밝혔다. 이 빌딩에는 지난 4월 애니메이션 업체 개미엔터테인먼트와 '잠복근무'를 제작한 시리우스픽쳐스(옛 마인엔터테인먼트) 등도 둥지를 틀었다.

'두번째 사랑'의 나우필름은 청담동에서 경기도 부천시 춘의테크노파크 빌딩으로 이전했다.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이 장기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건물로 애니메이션 등 벤처 업체들이 함께 입주해 있다. 이준동 대표는 "차기작으로 애니메이션을 기획 중이어서 이 건물에 입주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 협력하기에 유리한 데다 임대료도 훨씬 낮아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담동 사무실 임대료는 매달 평당 5만∼6만원에 달했지만 이곳은 평당 1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그는 전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제작한 MK픽쳐스는 서울 반포동에서 종로구 필운동으로 본사를 옮겼다. MK픽쳐스 심재명 대표는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한 데다 규모도 300평에서 100평으로 줄인 만큼 임대료가 월 2400만원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한국 영화 관객 수가 22.3%나 줄어들면서 영화 제작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강남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은 낭비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만큼 영화사들의 강남 탈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