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시장 '춘추전국' 예고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양분해온 세계 대형 여객기 시장에 러시아와 캐나다 중국 등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1997년 맥도널드더글러스(MD)를 보잉이 인수한 이후 보잉과 에어버스 중심으로 형성된 양강 체제에 경쟁자가 출현한 셈이다. 14일 영국 판보로에서 개막된 '판보로 국제 에어쇼'는 항공기업계의 이 같은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 항공기업체인 봄바디어의 피에르 뷰도인 최고경영자(CEO)는 에어쇼 개막 전날인 13일 "110∼130인승 여객기 'C시리즈'를 개발해 2013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70∼90인승 여객기를 생산해온 봄바디어가 처음으로 보잉과 에어버스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30억달러를 투입,개발하는 'C시리즈'는 고유가와 친환경 추세에 대응해 연료 소모와 탄소가스 배출을 20% 줄인 친환경 여객기다. 독일의 루프트한자항공이 30기를 구매할 예정이며 추가로 30기를 구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게리 스콧 봄바디어 항공우주 상용여객기 부문장은 "향후 20년간 6500여기가 발주될 100∼149인승 여객기 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러시아 항공기업체 이르쿠트의 알렉세이 페데로프 회장도 "60억달러를 투입해 대형 여객기 'MC-21'을 2015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C-21'은 이르쿠트가 군용 항공기에서 민용 항공기로 사업을 확장함을 의미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페데로프 회장은 "세계 여객기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중국과 합작해 MC-21을 개발 생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5월 자본금 190억위안(2조8500억원)으로 중국상용여객기유한공사를 출범시키고 2020년까지 150인승 여객기 개발ㆍ양산에 착수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이 만든 대형 여객기가 하늘을 나는 것은 국가와 전 인민의 뜻이라며 반드시 성공해 몇 세대에 걸친 꿈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에어버스 공장을 톈진에 유치하는 등 대형 여객기 개발을 위한 기술 축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봄바디어와 105인승 여객기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대형 여객기 후발주자들의 연합전선도 예상되고 있다.

한편 고유가 영향에 따른 항공업계 불황으로 항공기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오일달러를 내세운 중동 항공사들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부다비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 항공은 이번 에어쇼에서 초대형 항공기 A380 10대를 포함,여객기 100대를 주문했다. 항공기 단일 주문 사상 최대 규모로 에어버스 110억달러,보잉 94억달러 등 총 204억달러에 이른다. 에티하드 항공은 226억달러 규모의 여객기 105대를 추가 주문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혀 에어쇼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에티하드 항공이 이번에 주문한 항공기는 2011∼2020년 인도될 예정이다. 또 두바이의 저가항공사인 플라이 두바이는 보잉737 54대(40억달러)를,사우디 에어라인은 에어버스의 A330 8대(16억달러)를 각각 주문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항공기시장 '춘추전국'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