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물 폭탄에 15일 코스피지수가 1500선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건설주와 은행주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손절매성 물량이 쏟아져 지수가 급락했다.

외국인의 27일 연속 매도공세로 수급에 공백이 생긴 데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투자심리가 가장 나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증시 조정이 길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국인 매물 폭탄

이날 건설업종 지수는 7.94% 급락했다. 주요 은행주들도 3∼5% 떨어졌다. 미국 모기지업체들의 신용위기가 국내 건설주와 은행주들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인들의 매물이 집중된 탓이다.

GS건설은 12.39% 떨어졌고 대림산업(-10.39%) 현대산업개발(-7.67%) 대우건설(-7.42%) 등도 줄줄이 추락했다. 신용위기의 확산으로 전날 미국 은행주들이 크게 하락하자 신한지주(-5.22%) 우리금융(-5.83%) 외환은행(-3.35%) 등 은행주들도 힘을 잃었다. 외국인은 이날 국민은행을 560억원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대형 건설주와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팔아 27일 연속 순매도를 보냈다. 이 기간중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7조5243억원에 달했다.

전현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원자재 가격 강세,신용위기에 따른 긴축정책 등 건설업을 둘러싼 변수들이 모두 부정적이어서 건설주가 급락했다"면서 "건설주가 외국인 보유비중이 높다는 점도 외국인들이 대거 처분에 나선 요인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팀장은 "주요 은행들의 2분기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미국의 신용위기가 진정되기 전에는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지분율이 43% 수준에서 30%까지 빠르게 떨어졌지만 당분간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문의전화도 없어

외국인의 줄기찬 매도 공세와 경기하강 우려 등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이와 관련,글로벌 금융그룹인 ING는 아시아에서 한국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가장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ING가 조사한 지난 2분기 한국의 투자심리지수는 87로 전분기보다 9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의 투자심리지수는 작년 4분기 113,올 1분기 96으로 떨어진 데 이어 2분기에도 내려가 3분기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 회사가 조사한 아시아 13개국 중 투자심리지수가 3분기 연속 떨어진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ING는 주요 국가별로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행태와 심리를 조사해 분기마다 투자심리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가장 비관적인 0부터 가장 낙관적인 200까지 점수가 매겨진다.

최홍 ING자산운용 사장은 "아시아지역에서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한국의 위축 정도가 가장 두드러진다"며 "이는 고유가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충격이 정부의 유류 보조금이 지급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큰 데다 정권교체 이후 실망감과 촛불시위 등으로 인한 사회불안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날 지수가 1500선을 다시 위협받자 증권사 객장은 활기를 잃은 채 적막감에 휩싸였다. 삼성증권 명동지점 관계자는 "매수시기를 저울질하는 문의전화도 뚝 끊어졌다"며 "지금은'바닥'이란 말을 꺼내기조차 힘들 정도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