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관계가 금속노조의 중앙교섭과 맞물려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지난 2일과 10일에 이어 16일부터 또다시 금속노조 파업 방침에 따라 이달 들어 세 번째 릴레이 파업에 돌입한다.

현대차 지부는 "회사 측이 15일 오후 2시까지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중앙교섭안을 내놓지 않아 금속노조 파업을 강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16일 4시간, 18일 6시간 등 주야간 각 10시간씩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노조가 지난 2일 주야간 2시간,10일 주야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것과 비교하면 이번 파업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

최악의 고유가 사태를 맞아 사실상 총파업 수준에 가까운 파괴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현대차 측 주장이다. 현대차는 이미 노조의 최근 두 차례 파업으로 생산차질액이 1000여억원에 달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는 '온건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달 들어 주말 특근거부와 3주 연속 릴레이 라인세우기가 이뤄져 실질적으로 전면 파업에 가까운 피해를 몰고 올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히고 있다.

실제 이번 파업은 16일 주간조(오후 1~5시) 4시간에 이어 17일 야간조(오전 2~6시) 4시간,18일 주간조(오전 10시~오후 5시) 6시간,19일 야간조(전날 밤 11시~19일 오전 6시) 6시간 등 16일부터 18일까지 4일 연속 파업이 이뤄지게 된다. 이로 인해 현대차 생산계획에 따라 항상 대기해야 하는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 같은 노조파업 강행에도 불구,금속노조의 중앙교섭 요구안을 현대차 혼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의 사용자단체로 가입,비정규직의 단계적 정규직화,사내 비정규직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자 자격 인정 등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요구안은 현대차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게 수용불가 이유다.

현대차 윤여철 사장도 이날 담화문에서 "지금 금속노조가 요구하는 교섭은 중앙교섭 이후 또다시 지부교섭을 하고 다시 지회교섭까지 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파업과 혼란을 피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금속노조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사장은 또 "지난해 노사가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한 후 중앙교섭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부터 하자"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지부는 "노사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중앙교섭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자는 것이 올해 금속노조의 기본 입장"이라며 "회사가 계속해서 금속노조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시간 끌기로 나설 경우 전면 총파업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차 노사가 이처럼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안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임에 따라 오는 25일 여름휴가 이전에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짓는 것이 사실상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장 조합원들도 노조의 잇단 파업강행 방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임금협상은 물론 근무형태를 주야간 2교대제에서 심야시간대를 제외한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꾸는 협상도 여름휴가 이전에 마무리짓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