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목적으로 상가를 사면 안 된다니 말이나 됩니까.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상가를 매입해 직접 운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경기 김포시 장기지구에서 상가를 투자목적으로 분양받으려고 했던 박모씨(63)는 김포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4년간 의무적으로 가게를 열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박씨는 상가를 장만한 뒤 월세 수입으로 노후에 대비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장사는 해본 적도 없고 창업비용도 만만치 않아 개점은 엄두를 못낼 형편이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상업용지 거래는 200㎡가 넘을 때만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가를 최초로 분양받은 사람은 대지지분과 상관없이 허가를 맡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상가를 구입한다고 해도 상가에 땅이 딸려 있는 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고 잔금을 치른 날부터 4년 동안 이용 목적에 맞게 음식점이든 옷가게든 직접 운영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고 상가를 분양받으면 계약이 무효화되는 것은 물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체결 당시 땅값의 30%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상가를 분양할 때 가장 먼저 사는 사람을 규제하지 않으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투기세력이 상가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기 힘들다"고 법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법률을 개정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 소형 상가까지 허가대상으로 묶여 있자 개발업체와 투자자는 물론 인근 거주민들마저 상가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가는 실제 소유자와 장사하는 사람이 다르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임대수익을 위해 상가를 구입하고 상가를 장만할 형편이 안되는 상인들은 월세를 내고 상가를 빌리는 구조다.

직접 장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상가매입을 꺼리자 김포시 장기지구에서 상가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은 김포시장 면담을 요구하는 등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장사를 하려는 사람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상가 투자자가 드물어 빌릴 상가마저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가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생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입주민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편의시설을 자체 조성하게 되는 대규모 택지지구는 문제가 심각하다. 김포시 장기지구를 포함한 김포한강신도시는 물론 파주신도시와 판교신도시 등 웬만한 택지지구에서는 상가를 분양받을 때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택지를 조성한 한국토지공사 등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최초 분양자도 임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엄격한 규제 속에서 그 수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국토부와 지자체 등은 규제를 고집할 게 아니라 상가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