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대형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아 국민적 스트레스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외환위기 때의 박세리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은 없고 충격적이고 부정적인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요즘 모였다 하면 "짜증난다" "너무 시끄럽다" "국민을 묶어줄 국가적 아젠다가 없다" "기름값과 물가가 치솟는데 속시원한 얘기는 없다. 휴가가서 다 잊고 싶다"는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형 사고의 연속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만한 소식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난 2월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전소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충격에 휩싸였다.

숭례문 전소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인 4월 끔찍한 예슬-혜진 어린이 유괴 살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 학부모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5월에는 AI(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을 강타해 양계업자와 유통업체가 부도 위험에 내몰렸다.

6월 들어 전국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절정의 갈등 국면에 돌입했다. 두 달간 계속된 촛불시위로 서울 도심은 마비 상태를 빚었고 변질된 촛불시위를 놓고 사회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어 화물연대파업과 민노총의 정치파업이 뒤따랐다.

이번 달에는 주가가 폭락했고 북한군이 금강산 관광객을 피격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져 국민적 스트레스가 더욱 높아졌다. 이어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도발해 반일 감정이 폭발했다.

유가 폭등과 40% 이상 오른 물가는 더 큰 스트레스다. 재취업을 준비 중인 김중한씨(32)는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계속 듣기 힘든 뉴스만 나온다"면서 짜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정제를 주세요"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무기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한국 사회에선 개개인이 세상 일에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을 때 심리적인 안정을 느낀다"며 "사회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가 건전한 방향으로 해소되기 위해선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주제가 아니라 국민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아젠다를 만들어 동참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숙 아주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도 "나쁜 일이 생겨도 그것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라는 예측 가능성이 있다면,또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불안하지 않지만 지금 그런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집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우선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의' 식의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사회 현상을 바라보지 말 것을 권한다.

또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대결적 자세보다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사건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정치 등 찬반 양론이 있는 사건에 대한 관심을 다소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동욱/이재철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