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매성 매물이 나오며 15일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가까이 급락,15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의 신용경색이 더 악화돼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결과다.

미국 모기지업체 등의 피해 수준과 처리 방향 등이 불투명해 당분간 본격적인 반등장이 나타나기 쉽지 않다는 비관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위험 관리에 치중하며 반등 시마다 주식 보유 비중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용리스크 부각에 투매 조짐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외국인의 매물은 이날 2435억원으로 전날과 비슷했지만 주가 하락폭은 전날의 5배를 웃돌았다. 개인과 기관 프로그램이 전부 매수 우위를 보였음에도 이처럼 낙폭이 컸던 것은 그만큼 투자심리가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성호 동부증권 상무는 "끝이 안 보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실망한 일부 투자자가 투매성 매물을 내놓은 반면 매수자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해 많지 않은 매물에도 주가가 폭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금융회사들의 부도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는 분석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진정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국제금융시장이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악재를 만나면서 국내 증시에서 저가 매수세의 기가 꺾이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할 기관들도 자신감을 잃어 반등의 계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상무는 "기관투자가들은 이번 금융위기의 초기 대처 때부터 잘못된 판단으로 큰 손실을 입고 있어 지금은 자신감을 잃은 상태"라며 "이에 따라 저가 매력이 크게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한국의 카드사태 때처럼 미국 금융회사들의 운명이 어느 정도 결정된 뒤에야 본격적인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지선 설정 무의미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지지선을 잡기도 힘들 만큼 수급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 대표는 "주봉상으로는 1400 정도를 지지선으로 볼 수 있겠지만 미국 금융위기가 어디로 튈지 몰라 현재로선 저점을 잡는 게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얼마나 신속히 대응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한국 증시의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상무도 "1500에서 지지되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100포인트를 웃도는 큰 반등은 어려운 상황이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4년여 지속돼온 대세상승 추세가 종료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상무는 "대세상승장을 이끌어온 기업 실적 개선과 유동성 확대라는 두 축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차트상으로도 전형적인 하락장의 패턴이 목격된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대세하락장으로 진입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대표는 "지금은 새로운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연내에 반등다운 반등을 보기 힘들게 됐다"며 "하반기 고점을 1700선으로 낮춰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펀드 환매가 시작될 경우 하락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투매에 의해 과도하게 급락했기 때문에 유가 하락 등 계기가 있을 경우 반등장이 전개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 상무는 "3분기 중에는 반등다운 반등이 나오기 힘들겠지만 투매로 인해 주가가 실제보다 급락한 상태여서 유가 진정 등의 재료가 나올 경우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비철금속 곡물 등이 차례로 고점을 찍고 하향 중이며 원유만 유일하게 투기적인 매수세로 급등하고 있어 3분기 중에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