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중소기업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이들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약 140조원 늘어 지난 5월 말 현재 잔액은 398조9000억원이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도 2006년 말 50조3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73조원으로 증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 같은 대출 급증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마케팅과 관련된 인센티브 부여 등으로 과도하게 대출 경쟁을 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대출 확대를 위해 은행권이 은행채 등 채권으로 자금을 많이 조달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은 등 은행 경영이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속 중기대출 급증

최근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데도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렸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2006년 45조3000억원,2007년 68조2000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28조9000억원 증가,지난해의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말 잔액은 398조9000억원으로 400조원에 육박한다. 제2금융권을 포함해 전체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500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물가 급등으로 인한 임금 인상 압력 등으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해지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05년 말 1.5%에서 2006년 말 1.1%,2007년 말 1.0%로 떨어졌다가 올해 3월 말 1.3% 로 다시 높아졌다. 경기 악화 속도로 보면 연체율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다.

◆부동산발 신용경색 우려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분양 주택은 3월 말 기준으로 13만가구를 돌파했다. 12년1개월 만의 최대치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PF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3월 말 금융권 PF 대출 규모는 73조원으로 올해 들어 석 달 동안 2조5000억원 증가했다. PF 대출의 연체율은 은행의 경우 0.67%로 낮지만 저축은행은 무려 11.6%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건설업체에 대한 자율 금융지원협약 참여 대상을 현재 은행ㆍ보험권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부동산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