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거'를 끝내고 지난 3월 분리된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원장이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각각 개최해 금융회사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

'원스톱 서비스'를 해야 할 판에 '투톱'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두 번씩 불려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7일 오전 7시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갖는다. 국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전 위원장은 은행에 대출 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의 강화를 당부할 예정이다.

전 위원장이 은행장을 만나는 것은 취임 직후인 3월25일에 이어 두 번째지만 김종창 금감원장이 지난 5월28일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비슷한 당부를 했음을 감안하면 은행장들은 2개월마다 금융감독 당국에 '집합'돼 훈시를 받는 셈이다.

전 위원장은 또 증권사 CEO(3월27일),보험사 CEO(4월2일),카드사 등 비은행권 CEO(4월4일) 등과 간담회를 잇따라 가졌다. 김 원장은 전 위원장을 뒤따르듯 보험사 CEO(4월28일),증권사 CEO(5월8일),비은행권 CEO(5월21일),은행장(5월28일)과 간담회를 열었다.

전 위원장과 김 원장이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들이 한꺼번에 이런 행사를 열지 않는 것은 서로 부딪혀 의전상 껄끄럽지 않게 하자고 양 기관이 암묵적 계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해 전임 수장인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퇴임을 3개월 앞둔 지난해 5월 은행장 간담회에서 "취임 이후 은행장들과 공식 모임을 갖는 것은 두 번째"라며 "훌륭한 심판은 휘슬을 자주 불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