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병원이 2005년 8월 개원 당시 사들인 4억9000만원어치의 그림이 3년 만에 4배 수준인 20억원대로 뛰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병원이 매입한 중견작가 14인의 작품 24점은 모두 값이 크게 올랐다. 2~3년 전부터 미술투자 붐이 일었지만 일부 작가의 그림값만 올라갔다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과 비교할 때 주목된다.

16일 옥션 등 미술품 경매사이트와 화랑가에 따르면 이 병원이 7000만원에 구입한 김종학씨의 '숲-설악산 여름풍경'(200호)은 현재 10배인 7억원으로 감정가가 올랐다.

전광영씨의 'aggregation'(200호)은 4800만원에서 2억원으로,이기봉씨의 '사라짐-보라'(120호)는 12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정창섭씨의 'meditation'(100호짜리 두 점)은 64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그림값이 상승했다.

이 같은 투자 성공은 화가 출신인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이 그림에 대한 높은 안목을 바탕으로 손수 돈이 될 만한 작품을 집어냈기 때문이다.

통상 건축주들은 문화예술진흥법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미술 작품과 관련,대형조각이나 설치미술 작품 한두 개를 설치하고 마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건국대병원은 삼성 금호 등 미술관을 갖고 있는 대기업처럼 1년여의 검토를 거쳐 전도 유망한 작가의 작품만을 엄선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