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에서는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미국계인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을 통합하면서 한미은행에서 판매하던 중도금 대출을 2005년부터 없애버렸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인 경영진들이 한국의 중도금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아파트를 담보로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 이상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한주택보증이란 국가 출연 기관이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괜찮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주택보증이란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외국계 은행들이 전세금 대출 상품을 팔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계인 SC제일은행은 전세금 대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고 같은 영국계인 HSBC는 중도금 대출과 전세금 대출을 모두 취급하지 않는다.

HSBC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경우 월세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전세라는 용어부터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며 "보증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전세금 대출 제도를 설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내국인 임원은 "중도금 대출이나 전세금 대출은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인데 외국인 임원들은 자신들이 선진국에서 왔기 때문에 한국의 이런 문화를 후진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순수하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외국인 임원들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내로라 하는 영ㆍ미계 대형 은행들이 정작 한국에서는 국내 은행들에 밀려 영역 확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