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국민 여러분, 특히 기자 여러분께 폐 많이 끼쳐서 죄송합니다"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됐다 16일 오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법정을 나서며 밝은 표정으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재판장이 판결을 낭독하는 내내 심각한 표정을 유지하던 이 전 회장은 공판이 끝난 뒤에도 결과가 믿기지 않는 듯 이학수 전 부회장에게 한동안 설명을 들은 뒤 법정을 나섰다.

그는 `결과를 예상했냐'는 질문에 "그런 건 예상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담담하게 반문했으나 표정에서는 안도감이 묻어 나왔다.

또 `공소사실 일부에 대한 무죄 판단으로 책임이 가벼워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여전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답했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앞서 오후 1시20분께 이 전 회장은 긴장된 표정으로 법원 출입구를 들어서다 이를 지켜보던 한 여성이 `회장님 힘 내세요'라고 외치자 미소를 지으며 소리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공판이 시작되자 재판장은 평소보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각각의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을 밝혔으며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해 "주주의 손해를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죄로 법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암시하는 부분을 낭독하자 법정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어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혐의에 대한 무죄 선언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혐의에 대한 면소 판결이 나오자 방청객들의 얼굴에는 입장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으며, 내ㆍ외신 기자들은 법정 안팎을 오가며 휴대 전화와 노트북을 이용해 긴급 뉴스를 타전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주요 임원과 삼성 사건에 대한 고발인 중 한 명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 취재진, 일반시민 등 방청객 300여 명이 몰렸으나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