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인사 무엇이 문제인가] "말로만 공모" 전문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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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CEO(최고경영자)자리에 정치인이나 관료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관행을 막겠다며 참여정부가 도입한 것이 '공공기관장 공모제'다.
하지만 공모제가 도입된 뒤에도 낙하산 시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명분쌓기용 통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04년 4월 참여정부는 기관장 공개 모집을 규정한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시행했다. 주요 공기업 임원 임명에 공모제 원칙을 정립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기업 사장을 새로 뽑기 위해서는 우선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감독관청의 입김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에서 임원추천위는 비상임이사와 외부 민간위원만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공모가 100% 순수하게 민간의 경쟁만으로 치러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금융공기업 사장을 지내고 물러난 옛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는 "당시 차관이 나를 불러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고르라'고 해서 A공기업을 선택했다"며 "공모에 6명이 응해서 경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청와대의 낙점이 있었기에 '이미 끝난 게임'으로 알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지난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 의원으로 있으면서 "참여정부 집권 기간 중 정치인 및 관료 출신으로 '낙하산을 타고' 정부 산하기관 임원으로 '떨어진' 사람은 282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청와대 수석을 지낸 뒤 조폐공사 사장에 뽑힌 L씨,부산시장에 출마했다 낙선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간 H씨,17대 국회의원 선거 낙선자로 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또 다른 L씨 등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들은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단언하는 근거로 '공모제'라는 형식을 빈번하게 내세웠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자발적인 지원자 이외에도 헤드헌팅 업체나 관련 단체의 추천자를 활용하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이는 또 다시 '공모제 무용론'을 촉발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를 삼고초려해 모셔와야 하는 상황에서 공모제라는 형식은 인사를 지연시키는 부작용만 낳는다는 얘기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내부임용이냐 외부임용이냐의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능력과 자격 측면에서 '정치적ㆍ연고 임용'이냐 '전문가 임용'이냐를 가르는 판단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하지만 공모제가 도입된 뒤에도 낙하산 시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명분쌓기용 통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04년 4월 참여정부는 기관장 공개 모집을 규정한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시행했다. 주요 공기업 임원 임명에 공모제 원칙을 정립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기업 사장을 새로 뽑기 위해서는 우선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감독관청의 입김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에서 임원추천위는 비상임이사와 외부 민간위원만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공모가 100% 순수하게 민간의 경쟁만으로 치러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금융공기업 사장을 지내고 물러난 옛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는 "당시 차관이 나를 불러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고르라'고 해서 A공기업을 선택했다"며 "공모에 6명이 응해서 경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청와대의 낙점이 있었기에 '이미 끝난 게임'으로 알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지난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 의원으로 있으면서 "참여정부 집권 기간 중 정치인 및 관료 출신으로 '낙하산을 타고' 정부 산하기관 임원으로 '떨어진' 사람은 282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청와대 수석을 지낸 뒤 조폐공사 사장에 뽑힌 L씨,부산시장에 출마했다 낙선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간 H씨,17대 국회의원 선거 낙선자로 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또 다른 L씨 등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들은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단언하는 근거로 '공모제'라는 형식을 빈번하게 내세웠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자발적인 지원자 이외에도 헤드헌팅 업체나 관련 단체의 추천자를 활용하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이는 또 다시 '공모제 무용론'을 촉발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를 삼고초려해 모셔와야 하는 상황에서 공모제라는 형식은 인사를 지연시키는 부작용만 낳는다는 얘기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내부임용이냐 외부임용이냐의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능력과 자격 측면에서 '정치적ㆍ연고 임용'이냐 '전문가 임용'이냐를 가르는 판단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