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조명 소등,엘리베이터 단축 운행,적정 냉방온도 상향 조정,이면지 활용….1.2차 오일 쇼크와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기업들이 동원했던 다양한 에너지 절감 조치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고유가 상황이 위기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에너지 절약을 '전쟁' 수준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절감 '생활백서' 등장

삼성 LG SK GM대우 등 주요 기업들은 찜통 더위 속에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사무실 적정 냉방온도를 섭씨 24~25도에서 26도 이상으로 올렸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에너지 절감 지침인 '생활백서'를 만들어 전사적으로 활용 중이다. 쌍용자동차는 사내 곳곳을 둘러보며 낭비적인 에너지 사용을 점검하는 '에너지 헌터팀'까지 가동하고 있다. 삼보컴퓨터와 한국야쿠르트는 엘리베이터 작동 시스템을 바꿔 2,3층에선 아예 서지 않도록 했다.

올 들어 직장 내 '쿨비즈 룩'이 여름철 패션문화로 정착하고 있는 것도 에너지 절약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들이 냉방비 절감 차원에서 노타이와 반소매 셔츠 차림을 적극 독려하고 있어서다. 삼성 SK 포스코 르노삼성 등은 전사적 차원에서 '쿨비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쿨비즈' 패션을 강제하는 회사까지 생겨났다. 포스코 서울 본사는 기존 6~8월까지 시행하던 노타이 기간을 5~9월로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강도 높은 에너지 절감 조치에 대해 대부분의 직원들은 고유가 상황에서 불가피한 고통 분담이라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SK그룹 관계자는 "요즘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출근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인 이하 차량은 홀짝제

기업들은 공공기관에서 시행 중인 '차량 홀짝제'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최근 3부제로 운영하던 자가용 출퇴근제를 2부제(홀짝제)로 강화했다. 다만 3인 이상 승차한 카풀 차량은 2부제 대상에서 제외해준다.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사업장 내에 도입한 차량 5부제를 3부제나 2부제로 강화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쾌적한 쇼핑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에너지 절약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백화점들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매장 내 냉방온도를 26도로 올렸다. 엘리베이터를 단축 운행하고,실내외 조명도 부분 소등하는 등 이전엔 보기 힘들었던 '에너지 다이어트'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긴급 에너지 절감 추진안'을 마련,오후 12시 이후 야외조명을 완전 소등하는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고유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영업용 차량 400대를 경차로 교체했다. 경차로 절감하는 유류비와 고속도로 통행료가 연간 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

◆노사 공동 절약 캠페인도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는 노.사가 따로 없다. LG전자 창원공장 노동조합은 스스로 '에너지 절약 도우미'로 나서,회사의 에너지 절약에 힘을 보태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사업장을 돌아보며 불필요하게 켜진 전등과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에너지 기업인 GS칼텍스도 전사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착수했다. GS칼텍스는 최근 전국 3800여개 주유소와 충전소에 GS 심벌 간판을 제외한 다른 조명들은 절반 정도만 켜두도록 협조공문을 보냈다. 회사 측은 부분 조명을 통해 연간 4780만kwh를 절전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절약한 전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38억3000여만원에 달한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 '에너지 효율화팀'을 신설,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공정이나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