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00억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패니매ㆍ프레디맥 채권은 미국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지 않는 '무보증채권'이다. 암묵적으로는 정부기관으로 여겨져 미국 정부채와 같은 '트리플A(AAA)'로 분류되고 있으나 채무탕감,채무유예,부도 등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경우 원리금 상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외환보유액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망하거나 채무유예 등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모기지 보증시장의 50%가 넘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망하면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경제가 파탄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정부가 망하게 내버려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채무유예나 채무탕감 같은 조치도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론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한은의 인식에 대해 주변에서는 "너무 안이한 판단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처럼 정부가 전액 출자한 국책금융기관의 경우 '정부채권'과 동일한 신용등급을 받는 것이 맞지만 패니매ㆍ프레디맥의 경우 민영화된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손실발생 위험이 엄연히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모기지담보증권(MBS)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보유 규모에 대해선 외환보유액 운용상의 비밀 등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