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프로그램 매수세 1500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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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16일 장중 한때 연중 최저치인 1488선까지 밀리다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가까스로 1500선을 지켰다. 외국인이 사상 최장인 28일 연속 순매도로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투자자는 물론 기관도 아직 본격적인 주식 매수에 나서지 못해 사실상 프로그램 매수 여부에 따라 주가가 휘둘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이제까지의 외국인 매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1450~1550 사이에서는 순매수세를 보여 1500선 안팎에선 매물 압박이 덜할 것으로 전망해 관심이다.
◆수급 공백 심각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36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28일째 이어진 순매도 기간에 팔아치운 주식만 7조979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증시 수급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 규모가 4666억원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기관도 사실상 2100억원 이상 주식을 정리했다. 상승세로 출발한 지수가 오전에 돌연 1500선 밑으로 밀린 것도 외국인 물량을 받아낼 투자 주체가 없어서였다.
이처럼 프로그램 매수세가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것은 연일 주식을 팔고 있는 외국인이 전날 1만663계약의 지수선물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4961계약의 선물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물(유가증권)의 가격이 선물보다 낮아지면서 이 차이로 매매를 하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늘린 대차거래에 대한 헤지용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세로 우량주의 주가가 유지되면 외국인은 다시 보유 물량을 정리할 기회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프로그램 매수세로 주가가 오르면 보유한 주식을 시가에 매도해달라는 외국인의 매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매도 따른 주가 부담 줄어"
씨티그룹은 이날 25번째 '코리아김치 디스커버리' 보고서를 내고 코스피지수 바닥권을 1400~1500 사이로 전망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1500선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4배,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수준으로 역사적인 저점이라는 설명이다.
씨티그룹은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된 데 따른 코스피지수 추가 하락률은 10% 미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는 "올 들어 20조원 이상의 주식을 정리한 외국인의 매매동향을 분석하면 1450~1550선 사이에선 3조여원의 순매수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기금들도 코스피지수가 1500선 밑으로 내려가면 저가 매수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외국인 순매도 행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또 미래에셋 삼성투신 등 기관투자가의 현금 비중이 최근 전체 자산의 9~15%로 올라와 수급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