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는 16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이어 이학수 김인주 등 이날 함께 선고받은 9명에 대해서도 모두 집행유예 또는 무죄ㆍ면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에 대해 이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차명계좌 주식거래에 대해선 조세포탈 혐의를 인정했지만 형 집행은 유예했다. 또 이들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과 관련한 배임혐의는 무죄,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관련 배임혐의는 공소시효를 넘겼다며 면소판결을 내렸다. 벌금액수에 대해 재판부는 "지위와 가담정도를 고려해 피고인 이건희(1100억원)의 3분의 2(740억원)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학수 전 실장의 경우 차명계좌 주식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부분에 대해 이미 확정판결이 있는 점을 감안,형을 2개로 나누어 선고했다. 2003~2004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6개월 및 벌금 140억원,2005~2007년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6개월 및 벌금 600억원을 선고했다.

에버랜드 CB 저가발행으로 인한 배임의 공범으로 기소된 현명관 전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유석렬 전 삼성카드 대표이사는 이학수 전 실장 등과 동일한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또 삼성SDS BW 저가발행으로 인한 배임혐의의 공범으로 기소된 김홍기 삼성 SDS 대표이사와 박주원 전 삼성그룹 경영지원실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판결이 내려졌다.

최광해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전략기획팀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벌금 400억원이 선고됐다. 2004년 1월 이후 재무팀장으로 재직했다는 점이나 지위ㆍ역할에 비춰볼 때 다른 피고인들에 비하면 책임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1999년 6월부터 2002년 11월까지 14개 차명계좌로 미지급보험금 9억8200만원을 빼돌린 혐의(특가법상 횡령)로 기소된 황태선 전 삼성화재 대표이사에 대해 재판부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특검 수사 당시 2002년 4월 이전의 삼성화재 보험금 출금 관련 전산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해 특검법위반으로 기소된 김승언 전 삼성화재 전무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