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은 금강산 관광사업의 경제적 이득에서 소외된 북한 군부의 항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군과 정부 각 부처 등이 각자 외화벌이를 해서 조직을 운용해야 하는 북한의 특이한 체제에서 나타난 모순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북한에 유입되는 돈은 통일선전부 등 몇 개의 중앙부서가 나눠갖고 있으나 군부에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군부는 자신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금강산 관광사업의 주체를 현대에서 다른 곳으로 바꿀 것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군부는 관련 회사를 설립하고 유럽과 미국의 자금을 금강산 관광에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대를 도와주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막혀 사업주체 변경이 현실화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군부는 금강산관광 사업에 막대한 군인이 동원되는 등 고생은 군부가 하고 돈은 다른 곳에서 번다는 불만이 팽배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올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군부의 입김이 세진 틈을 타서 이 같은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일종의 시위를 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각 부서별로 독자적인 '경제회사'를 두고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에서 영업 중인 옥류관 해당화 은반관 등 북한 식당들도 모두 소속된 정부 부처가 다르다. 또 다른 전문가도 "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조직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경제적 이득을 나눠갖지 못하는 군부의 불만이 컸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