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짙은 안개 속을 걷고 있다. 미국 3위 이동통신 업체 스프린트넥스텔 인수 여부와 자금 조달 방식, 인수 후 실적 개선 여부 등이 죄다 미지수다. 주가는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17일 오후 1시 21분 현재 SK텔레콤은 2.48% 내린 17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초 20만원대 아래로 내려온 이후 침체일로를 거듭해 11% 가량 떨어진 것이다.

이는 인수 추진설이 이어지는 스프린트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이며 미국 통신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데다, 인수 여부가 불투명한 데 따른 피로감이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미국 현지 언론들은 SK텔레콤이 스프린트넥스텔과 지분 인수 또는 합작사 설립 등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 주가를 위해서는 일단 인수 여부가 확정되는게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이동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이 오래 전부터 해외 사업을 준비해 왔고 포화된 국내 시장의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스프린트 인수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며 "인수가 결정돼 돈이 오가고 스프린트의 펀더멘털이 확인되는 시점이 오면 단기적으로 주가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빠르면 2~3주 내에 인수 여부가 가시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수가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자금 조달과 스프린트의 실적 개선은 여전히 난제로 남는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 가량의 지분 확보가 필요한데 30조원에 이르는 스프린트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6조원이 필요한 셈이다. 10% 지분만 인수한다 하더라도 3조원이 소요된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경색 분위기와 금리가 많이 올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 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동섭 애널리스트 역시 "재무제표 상 현금 및 등가물이 1조5000억원 가량 있지만 모자라는 금액이 수조원 규모이고 보유 현금을 다 쓸 수도 없다"며 "SK C&C 주식 매각 자금 등이 추가로 들어오긴 하겠지만 SK텔레콤 혼자서 자금을 대기는 역부족이므로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자칫하면 스프린트 인수가 SK 그룹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확실치는 않지만 사모펀드와 함께 인수 협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금 문제는 SK텔레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스프린트가 AT&T와 버라이즌같은 선발 업체들에 비해 약세이며, 지난해 실적도 부진했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이 인수한다면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경쟁이 치열한 미국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자칫 돈을 잘못 쓰는게 아닐까 하는 우려감이 있다"며 "힐리오의 사례에서도 비용을 많이 지불했던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05년 미국 초고속인터넷 업체 어스링크와 합작해 '힐리오'란 법인을 설립, 가상이동망사업(MVNO)에 나섰으나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버진모바일에 넘긴 바 있다.

이동섭 애널리스트도 "외국계 보고서 등을 봤을 때 스프린트의 실적 추정치는 낮고 고객 이탈도 생기는 것 같다"며 "좋은 상황이 아닌 회사를 인수해 비즈니스를 매우 잘 해서 턴어라운드 시켜야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 입장에서 미국 시장 진출은 돌파구를 찾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막대한 이익이 나는데도 다른 사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오너 입장에서 본다면 리스크가 있더라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서 뛰어들만 하므로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는 이날 SK텔레콤에 스프린트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