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대비한 부동산 재테크 전략을 짜야 할 때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물가상승, 금리인상에 이어 경기하강과 소득감소에 따른 자산 디플레이션(가격하락)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급매물을 사더라도 가격의 추가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고, 환금성 높은 상품과 고정적 임대수익이 나오는 '수익형 상품'을 선별 매수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강북권 보합세에 거래 줄듯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시장의 내부 변수만 봐서는 안 되고 거시경제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서울 강남권의 경우 현행 건설/부동산 제도가 지속되거나,규제완화 폭이 미미할 경우 침체 기조가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강북지역도 가격 보합세 속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많은 만큼 지나친 기대감은 갖지 않는 게 낫다"고 당부했다.
곽창석 나비애셋 이사는 부동산 가격 추가하락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그는 "시장 상황이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만큼 급락 장세가 한번 더 올 수 있다"며 "지나친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다시 금리를 내리려는 각국 정부의 조치가 나올 수도 있어 투자기회를 엿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에서 현금자산으로
시장에선 고액 자산가들의 부동산 매입 수요가 크게 꺾이고 있다. 우리은행 강남 프라이빗뱅킹(PB)센터의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고객들이 부동산에서 현금화가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나 3개월짜리 단기예금으로 자금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부동산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재무컨설팅팀 양해근 차장은 "보유 주식과 펀드의 손실에 대한 미련 때문에 당장 돈을 빼기도 힘든 만큼 부자 고객들의 부동산 투자도 당분간 시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이 1978년 2차 오일쇼크 이후 30년 만에 찾아오고 있어,당시 부동산시장과 현재를 평면적으로 비교하긴 힘들다"며 "외환위기 때 자산 디플레의 악몽이 남아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투자전략은
시장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퇴로(Exit)'를 확보하는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금 시점에선 언제든지 훌훌 털고 나올 수 있는,잘 팔릴 수 있는 상품에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적 임대수익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 시장에서 거래도 잘 된다"며 "시세차익을 많이 보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릴 때"라고 강조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주택규모를 다운사이징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는 "투자용으로 너무 큰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중.소형 주택으로 규모를 줄이거나,불황에도 버티는 역세권 주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상반기 토지 관련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어 해당 지역 토지가격은 하반기에 상승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단기간 시세차익을 보기 위한 토지구매보다는 세금부담과 이용규제,지역적 호재 여부를 따지는 장기적 투자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창석 이사는 "오피스텔의 연간 수익률(임대료 수익률)이 작년 7%대에서 올해 5.5%로 떨어지긴 했지만 오피스 공실률이 낮은 만큼 오피스텔 임대료 상승 가능성도 있다"며 도심.역세권 오피스텔이 현 시점에서 유망한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