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로체.포르테로 현대 쏘나타ㆍ아반떼에 도전

지난 5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에선 김동진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700여 명이 2008년 하반기 판매전략 회의를 열었다. 현대차는 이날 연간 판매목표를 당초보다 4만대 낮춘 63만대로 수정했다. 경기침체로 내수판매가 감소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었다.

같은 날 경기도 화성시 롤링힐스 리조트에서 열린 기아차의 판매전략 회의.김익환 부회장 등 간부 460여 명은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배경으로 올해 36만4000대를 팔겠다고 선언했다. 연초 목표보다 4만2000대 늘려잡은 것.현대차가 낮춘 목표물량만큼 기아차가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국내 대표적인 '형제'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격의 포문을 기아차가 여는 양상이지만,양사간 경쟁이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체,쏘나타 따라잡나

기아차가 지난달 12일 선보인 로체 이노베이션은 이 달 들어 17일까지 3500여 대가 판매됐다. 영업일수 기준 13일 만의 기록으로,하루 270여 대씩 팔리고 있는 셈이다. 통상 월말로 갈수록 판매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이 달 판매량이 7000대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지난달 5117대가 판매돼 2005년 11월(5669대) 이후 처음으로 5000대 판매고지를 다시 밟았다.

로체 이노베이션이 중형차 부문에서 선전하면서,작년 7월부터 전차종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 쏘나타 트랜스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쏘나타는 로체 이노베이션이 출시되기 이전인 5월 1만2471대가 팔렸지만,6월엔 1만910대 판매에 그쳤다. 로체 판매량은 지난 5월 쏘나타의 26.7%에서 6월 46.9%,이달 17일 현재 66.8% 수준으로 올라섰다.

◆형제간 경쟁은 지금부터


현대차와 기아차간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차가 버티고 있는 차급에 기아차가 잇따라 신차를 쏟아낼 계획이어서다.

기아차는 다음 달 준중형 승용차인 포르테 판매를 개시한다. 현대차 아반떼와 겹치는 차급이다. 차체 길이가 아반떼(4505㎜)보다 25㎜ 긴 4530㎜에 달하는데다,음성인식 내비게이션과 버튼시동 스마트키 등 신기술이 대거 적용돼 단숨에 준중형차 시장의 강자로 발돋움할 것이란 예상이다. 기아차는 내년 3월에는 현대차 싼타페와 경쟁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프로젝트명)을,8월에는 현대차 그랜저 뉴럭셔리와 맞붙을 중대형 VG(프로젝트명)를 각각 내놓는다.

◆선의의 경쟁이 시장 키워

현대차와 기아차간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시장 자체를 키우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국내 시장규모는 2006년 116만대에 불과했지만,작년 121만대를 넘어선 뒤 올해 1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미국 시장규모가 2006년 1650만대에서 작년 1609만대,올해 1574만대(와드컴 예측)로 매년 축소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양사 점유율은 2005년 이후 작년까지 73%대를 유지하며 변화가 없었지만,올 상반기엔 76.4%로 껑충 뛰었다. 작년 22.3%에 불과했던 기아차가 올 상반기엔 경차 뉴모닝 출시를 계기로 점유율을 종전보다 2.6%포인트 확대한 덕분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 점유율 역시 51.3%에서 51.5%로 0.2%포인트 높아졌다.

기아차는 올 하반기에만 총 21만대를 판매해 내수 점유율을 35%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도 5년 연속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현재 76.4%에서 85%로 높아진다.

조재길 기자 road@han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