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스웨덴 국왕이 1901년 노벨상을 처음 수여한 지 107년째 되는 해다. 노벨상은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문학을 비롯한 인문ㆍ사회과학의 범주에 드는 모든 학문 분야에서 인류 문명과 학문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수상 후보자의 추천이나 선정 과정,수상 결정을 통보하는 절차,수여하는 방식에서도 특이한 절차를 거치는 매우 특별한 상이다.

노벨 문학상은 인류의 높은 언어장벽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강대국 언어에 치중하는 인상을 준다. 인류의 평화,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평화상이나 과학상의 선정 기준과 과정,결과를 두고도 논란이 많다. 선정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권력이나 정치색이 개입되고 금전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수상자의 자격이나 자질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 매년 언론의 취재경쟁이 뜨겁다. 한 시대나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시상하리라는 것이 노벨상에 대한 인식이지만,이따금 전혀 공감되지 않는 사람이 선정되어 비난이나 논쟁을 야기시킨다.

간디는 왜 노벨 평화상을 받지 못했는지,아라파트가 왜 노벨 평화상을 받았으며 윌리엄 골딩이 어떻게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는지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또 신문발행 부수를 늘리기 위해 의학상 수상자가 심사위원을 매수했다고 허위 보도한 한 이탈리아 신문사의 행태는 매우 비상식적인 뒷이야기다. 그럼에도 노벨상은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금세기 최고의 상이다.

원제인 《노벨상-천재,논란,그리고 명성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이 책은 한 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노벨상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역사는 정사가 더 중요하지만 역사 주변에서 일어난 야사가 후세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흥미와 교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인 버튼 펠드먼은 노벨상의 역사적 사실은 물론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가지 해프닝과 논란 등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록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각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다루면서도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놓치지 않는다. 부록에는 각 분야의 수상자들에 대한 연보나 수상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수록하고 있다.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한국도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적이 있는 데다 몇 년째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에 올라 연말만 되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계 각지의 한국인들은 명석한 두뇌와 성실한 연구로 각 분야에서 유대인 못지않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불원간에 한국에서도 과학ㆍ문학ㆍ경제학 분야의 노벨상을 받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인들이 세계적인 석학으로 발돋움하고,모든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노벨상뿐만 아니라 일반교양을 넓히는 데 있어서도 유익하므로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황철암 충북대 교수ㆍ영미비평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