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부진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 시장 상승이라는 호재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증시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미국 금융주 불안과 유가급등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증시는 예상보다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일째 계속되고 있는 외국인 순매도가 여전히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고, 기관마저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수급공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급락이라는 호재와 외국인 매도라는 악재가 혼재된 가운데 향후 증시는 어떤 흐름을 탈 것인가. 방향을 쉽사리 정하지 못하는 증시 움직임처럼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악재가 죽은게 아니라 단지 무뎌졌을 뿐"이라며 증시가 제한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반갑긴 하지만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증권사 이재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반등 여지는 물론 남아있지만 소비자물가의 경우 국제 원유가격 변동에 1분기 후행한다는점, 국가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은 여전히 글로벌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도 "현 지수대에서 추가적인 가격부담은 크지 않지만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지선 구축이 선행과제라고 생각하는데 마지노선을 1460선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유가→인플레이션→긴축이라는 연결고리가 약화되지 않는 한 반등은 제한적이며, 반등이 현실화될 경우 부분적인 현금 확보와 실적에 근거한 종목 슬림화, 방어주 편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주가 급락을 이끈 해외변수의 뚜렷한 개선 조짐으로 반등무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 박성훈 연구원은 "미국 정책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적고 패닉상태에 빠졌던 투자심리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낙폭과대에 따른 가격메리트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므로 '안도랠리'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과매도된 종목이나 숏커버링 유입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관심을 두라고 밝혔다.

한화증권은 "걱정보다 기대를 높일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민상일 연구원은 "5월 고점에서 지수가 단기간에 20% 정도 떨어지면서 반발매수세가 유입될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도 반등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상승폭이 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금융불안이 지속 중이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미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고, 외국인 매도는 글로벌 변수 개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급등을 비롯한 몇가지 큰 악재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여전히 남아있는 악재에 더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주체들이 웬만한 재료에는 꿈쩍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호재의 열매를 맛보기 위해서는 악재의 후퇴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현상임이 입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