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골프에 관한 일본 홋카이도의 유명세는 더 말할 게 없다. 후텁지근 하지 않고 쾌적한 게 홋카이도 골프의 최대 강점이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어 느긋하게 2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점도 돋보인다. 직항편으로 연결된 삿포로와 아사히카와 주변의 골프장이 특히 여름에 붐비는 이유다. 올해는 한 곳을 더 추가해야 될 것 같다. 전세기가 뜨는 동부 해안의 아바시리다.

아바시리는 사실 겨울 여행지다. 러시아 아무르강 하구에서 형성된 유빙(流氷)으로 온 바다가 뒤덮이는 1월 말께가 좋다. 얼음을 깨며 항해하는 관광용 작은 쇄빙선을 타고 하는 유빙체험 만큼 이색적인 게 없다. 유빙체험 이외의 인상적인 관광거리는 많지 않다. 여름철의 골프 만큼은 예외다.

■홋카이도 동부의 럭셔리 코스

그랑크뤼CC는 홋카이도 동부 지역의 대표적인 럭셔리 코스다. 1991년 개장한 18홀 코스로 파72에 전장 7134야드.전반 9홀은 활엽수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홋카이도의 구릉코스.후반 9홀도 전반과 비슷한데 물과의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9홀 중 7개 홀에 까다로운 워터해저드가 산재해 있다. 그린도 굴곡이 심해 퍼트 실력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7번 홀(파4,413야드)이 핸디캡1인 홀이다.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굽은 도그레그 홀로 페어웨이가 좁은 편이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보낼 곳이 없어 보인다. 장타자라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정해 질러 치는 게 좋다. 세컨샷도 한 클럽 길게 잡는 게 유리하다. 세컨샷 지점에서 그린까지의 거리가 상당하게 마련이어서다. 그린 양 옆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 그린 정중앙을 겨냥해 샷을 하는 게 정석이다.

17번 홀(파3,201야드)은 두얼굴의 숏홀이다. 홀 경관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이지만 자칫 흔들렸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오른쪽은 OB구역이고 왼쪽은 전체가 워터 해저드인 것.그린을 감싸고 있는 연못과 벙커도 부담스럽다. 그린은 연못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웬만한 장타자가 아니라면 2온 작전으로 나가야 한다. 그린 너머에 있는 깊은 그라스벙커도 조심해야 한다. 그린의 굴곡도 심한 편이어서 1온을 시킨 이들도 3퍼트 보기로 울상짓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 즐기는 겨울체험

아바시리 시내에서 15분 거리의 덴토산에 오호츠크 유빙관이 있다. 1월 말께 아바시리 앞 바다를 뒤덮는 유빙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다. 오호츠크해에서 채취한 유빙을 만져볼 수도 있다. 러시아에서 유빙을 타고 떠내려온 동물들의 박제도 전시하고 있다.

북방민족박물관은 홋카이도를 포함한 북방민족의 문화를 주제로 꾸며놓은 박물관.고위도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용품 등이 전시돼 있다. 아바시리감옥박물관도 보통의 아바시리 여행코스에 들어 있다. 1890년 세워진 아바시리감옥을 박물관으로 꾸며놓은 곳으로 당시 죄수들의 수감생활 모습이 소개돼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