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곡물 등의 가격 급등 영향으로 세계 각국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물가상승률이 정부의 목표치를 평균 2%포인트 이상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으나 미국 등 주요국은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세계경제가 딜레마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000억달러를 넘고,물가 안정 목표치를 갖고 있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3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GDP 규모로 가중평균한 이들 국가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평균 4.6%로 조사됐다고 18일 보도했다.

이들 나라의 중앙은행 등이 제시하고 있는 물가 안정 목표치 평균인 2.5%보다 2.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분석 대상 국가들의 GDP 합계는 세계 전체 GDP의 90%를 차지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주요국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우크라이나로 1년 새 29%나 뛰었다. 러시아 인도 터키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10%를 웃돌았고,중국도 7.1%에 달했다.

한국은 6월 물가상승률이 5.5%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EU의 경우 지난 6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0%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목표로 삼고 있는 '1% 후반대'를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미국에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 5월 3.1%에 달했다. 여기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상승률은 2.1%로 역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표치인 '1~2%'를 상회했다.

주요국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정부 목표치 밑으로 유지된 나라는 일본 캐나다 브라질 등 3개국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지난 5월 소비가물가 상승률이 1.5%로 중앙은행 목표치인 '0~2%'대를 아직 벗어나지 않은 상태다.

캐나다(목표치 1~3%)와 브라질(2.5~6.5%)도 아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범위 안이다. 이번 분석 대상에서 빠진 중동 산유국 등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나라들도 포함하면 세계 전체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심각한 상태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한편 조사 대상 31개국의 정책금리는 평균 연 4.4%로 물가상승률(4.6%) 보다 낮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조사됐다. FRB가 지난해 여름 연 5.25%였던 정책금리를 최근 2.0%까지 내린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인플레 압력으로 인해 ECB가 지난 3일 정책금리를 인상했으며 16일에는 태국,17일에는 필리핀이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31개국의 평균 정책금리는 아직 작년 7월보다 0.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경기가 상대적으로 나은 신흥국에선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가 부진한 미국 등은 금리를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주요국의 저금리 상태가 지속될 경우 투기자금이 원자재 시장에서 더욱 활개를 쳐 가격을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게 세계경제가 처한 딜레마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