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사흘새 15달러 급락…"버블 붕괴 시작" 낙관론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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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붕괴 시작" 낙관론 꿈틀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시세판에 17일(현지시간) 배럴당 129.29달러가 종가로 찍혔다.
세계경제를 '3차 오일쇼크'의 공포로 몰아넣은 국제유가가 6월5일 이후 한 달여 만에 배럴당 130달러 밑으로 내려온 것이다.
난공불락 같았던 강력한 지지선(130달러)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상품 중개업체인 MF글로벌의 원유 담당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마이어는 "치솟던 유가가 항복 선언을 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투기세력들이 원유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일시 조정 국면일 뿐 대세하락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WTI는 18일 개장초 전날보다 배럴당 1.30달러 오른 130.59달러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유가의 단기 향방은 이란 정세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사흘 새 11% 급락
국제유가는 최근 사흘 새 15.89달러(11%) 추락했다. 15.89달러는 사흘간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하락률로는 2004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이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이날 배럴당 2.97달러 하락한 131.08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 급락을 이끈 것은 경기둔화와 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5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경기 하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발언,유가 추락을 촉발시켰다.
미 경기하강과 중국의 성장 둔화가 맞물려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시장을 지배했다. 미국 정부가 내달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표부를 개설할 계획이란 보도도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 완화 기대감을 높이며 유가를 끌어내렸다.
천연가스 가격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주간 재고가 예상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85.4센트(7.5%)나 떨어진 BTU(100만 영국열역학단위)당 10.544달러에 마감됐다.
◆단기 조정 국면에 무게
"국제유가가 조만간 200달러로 급등할 것"(골드만삭스)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들에 압도됐던 시장에도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사흘간의 기록적인 낙폭은 '유가 버블(거품) 붕괴론'에도 기름을 부었다. IAF투자자문의 분석가 카일 쿠퍼는 "시장이 공급 불안보다는 수요 감소 우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며 "유가가 10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먼브러더스의 에너지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애드워드 무어스는 "유가가 93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내년엔 오일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인 윌버 로스도 최근 "100달러를 웃도는 유가 수준은 비정상적이며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며 "내년에 유가 버블이 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추세 하락보다는 단기 조정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격이 폭락한 뒤 그에 대한 반동으로 더 많이 오르는 지난 3개월간의 흐름이 반복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BNP파리바의 선임 분석가인 톰 벤츠는 "최근 유가는 일시 조정 국면"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단기 향방의 최대 변수는 19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란과 미국ㆍ유럽연합(EU) 간 핵문제 협상이다. 윌리엄 번즈 미 국무차관이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참석한다.
이란을 둘러싼 정정 불안이 해소되고 미국과 이란 간 외교관계가 복원될 경우 유가 안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협상 결과가 좋지 않다면 유가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세계경제를 '3차 오일쇼크'의 공포로 몰아넣은 국제유가가 6월5일 이후 한 달여 만에 배럴당 130달러 밑으로 내려온 것이다.
난공불락 같았던 강력한 지지선(130달러)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상품 중개업체인 MF글로벌의 원유 담당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마이어는 "치솟던 유가가 항복 선언을 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투기세력들이 원유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일시 조정 국면일 뿐 대세하락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WTI는 18일 개장초 전날보다 배럴당 1.30달러 오른 130.59달러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유가의 단기 향방은 이란 정세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사흘 새 11% 급락
국제유가는 최근 사흘 새 15.89달러(11%) 추락했다. 15.89달러는 사흘간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하락률로는 2004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이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이날 배럴당 2.97달러 하락한 131.08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 급락을 이끈 것은 경기둔화와 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5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경기 하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발언,유가 추락을 촉발시켰다.
미 경기하강과 중국의 성장 둔화가 맞물려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시장을 지배했다. 미국 정부가 내달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표부를 개설할 계획이란 보도도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 완화 기대감을 높이며 유가를 끌어내렸다.
천연가스 가격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주간 재고가 예상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85.4센트(7.5%)나 떨어진 BTU(100만 영국열역학단위)당 10.544달러에 마감됐다.
◆단기 조정 국면에 무게
"국제유가가 조만간 200달러로 급등할 것"(골드만삭스)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들에 압도됐던 시장에도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사흘간의 기록적인 낙폭은 '유가 버블(거품) 붕괴론'에도 기름을 부었다. IAF투자자문의 분석가 카일 쿠퍼는 "시장이 공급 불안보다는 수요 감소 우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며 "유가가 10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먼브러더스의 에너지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애드워드 무어스는 "유가가 93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내년엔 오일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인 윌버 로스도 최근 "100달러를 웃도는 유가 수준은 비정상적이며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며 "내년에 유가 버블이 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추세 하락보다는 단기 조정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격이 폭락한 뒤 그에 대한 반동으로 더 많이 오르는 지난 3개월간의 흐름이 반복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BNP파리바의 선임 분석가인 톰 벤츠는 "최근 유가는 일시 조정 국면"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단기 향방의 최대 변수는 19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란과 미국ㆍ유럽연합(EU) 간 핵문제 협상이다. 윌리엄 번즈 미 국무차관이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참석한다.
이란을 둘러싼 정정 불안이 해소되고 미국과 이란 간 외교관계가 복원될 경우 유가 안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협상 결과가 좋지 않다면 유가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