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10% 정도 인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하반기 식료품 가격 안정에 청신호가 켜졌다.

밀가루는 라면 빵 과자 같은 식품과 자장면,칼국수 등 음식의 주재료인 만큼 가격 인하에 따른 파급 영향이 크다.

그동안 제분업체들은 국제 원맥 시세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데도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아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초부터 밀가루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동아제분은 지난해 1월 밀가루 가격을 9% 올린데 이어 10월과 12월 각각 12%,25% 추가 인상했다.

지난 5월에도 16% 올려 불과 1년5개월 만에 밀가루 가격이 60% 이상 뛰었다.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도 밀가루 가격을 비슷한 비율로 인상했다.

때문에 밀가루 가격은 최근 1년 새 68.4% 급등,254개 생활필수품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맥 시세는 지난해 초 이후 65%가량 올랐고 밀 통관 가격은 140% 상승해 밀가루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밀가루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입 관세율 한시적 인하(4.2%→0%)와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한 외국산 밀가루 직접 수입 등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

기존 밀가루보다 8%가량 저렴한 수입산을 들여와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안정세를 보인 국제 원맥 시세도 제분업체들의 입지를 축소시켰다. 지난 3월을 고점으로 국제 원맥 시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 시세 폭등을 이유로 밀가루 가격을 올렸던 제분업계로선 가격 인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일부 식품업체들이 직접 밀가루 수입을 추진하는 등 밀가루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진 것도 동아제분의 '결단'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제분업체들의 설명은 약간 다르다. 올해 수확하는 밀이 공급되는 10월 이전까지 원맥 통관 가격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정부의 물가 정책에 동참하고 환율 하락 등을 감안해 미리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식품업체들은 밀가루 가격 인하를 반기고 있다. 라면업체들은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지난 2∼3월 라면 가격을 10%가량 올린 것을 비롯,제과 및 제빵업체들도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일부 가격 조정 여지가 생긴 셈이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밀가루 가격이 60% 이상 폭등했기 때문에 10% 가격 인하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인하폭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