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필 < 연세대 교수·기계공학 >

"풍력과 태양광 등 향후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사용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공동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

이 말은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G8 확대정상회의 오찬회의에서 제안한 내용이다. 선진국을 상대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국제 간의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사용에 있어 앞으로 우리의 경제력에 걸맞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세계에 표방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제2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맞춰 2011년까지 에너지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확대한다는 계획의 달성은 여건상 현재로는 3%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30년까지 국내 에너지의 8.7%를 신재생에너지로 보급한다는 계획조차 달성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이는 지난 6월23일 국회와 지식경제부 주최로 개최됐던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공개토론회'에서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제시한 내용의 일단이다. 앞으로 개최될 대통령 주재 국가 에너지위원회에 제출될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이기도 해 정부안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언급이 다 같은 정부의 생각인데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우선 신재생에너지는 특성상 보급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어느 경우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에너지 상황이나 환경에의 명분을 따질 때에는 대통령의 제안과 같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앞세우지만,실제 정책의 집행에서는 항상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왔다.

지난 5년 동안 융자를 포함한 전체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된 정부예산이 고작 1조9000억원에 머문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1기의 순수건설비만 2조500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터무니없이 적은 투자규모다. 이런 상황 하에서의 안전성 문제,분단 상황,협소한 우리나라의 지역적 및 정치적 특성 등 여러모로 신중해야 할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2030년까지 10여기 이상,심지어는 2050년까지 30기 이상 추가로 건설한다는 너무도 무리한 계획을 정부가 구상하고,그것을 공식 포럼에서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얼마만큼 정부나 국회가 에너지정책에 관한 한 쉬운 방법만을 선택하려 하는가를 알 수 있다.

지난 주말 유가가 130달러 밑으로 내려오긴 했어도 언제든지 1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는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하에서 에너지 자립도가 4%밖에 되지 않는 우리에게 이제 신재생에너지는 국가 에너지정책에 있어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 문제다.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독립과 안보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환경과 기후변화의 해결방법으로서,또한 앞으로 우리경제를 이끌어 갈 국가의 유망한 신성장동력으로서 매우 주요한 이슈다. 워낙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에너지환경이 뿌리 깊고,또한 원자력발전의 유혹이 강한 시점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 국가가 모든 역량을 지속적이며 체계적으로 집중시켜야만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활성화를 위한 대국민 홍보 및 각종 제도와 법규의 제정 등을 통해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신재생에너지의 활성화야말로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정책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국회는 물론 사회지도층이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