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는 작년 가을 고점에 가입했던 중국펀드를 환매하러 지난 11일 증권사 영업점을 찾았다. 거치식으로 5000만원을 투자했던 그는 마이너스로 떨어진 수익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던 차에 급하게 돈이 필요해 결국 환매를 결심했다.

중국펀드를 일부 환매한 옆자리 동료로부터 대금 입금까지 1주일 정도 걸린다는 얘기를 들은 김씨는 18일에 자금을 쓸 요량으로 서둘러 지점에 들렀지만 뜻밖의 얘기를 들어야 했다.

자신의 통장에 돈이 들어오려면 22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해외펀드가 국내형(3시 이전 이틀)에 비해 환매 절차가 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길고,또 상품마다 다를 줄은 몰랐다"며 "투자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았던 게 화근"이라면서 뒤늦게 후회했다.


해외펀드 투자가 대중화됐지만 환매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동일 지역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도 회사별로 소요 기간이 달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운용사에 따라 유사 상품 간 환매 소요 기간이 보통 2일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중국펀드의 경우 '동부차이나' 가입자는 오후 3시 이전 환매를 신청하면 3영업일째 기준가격을 적용,5영업일째 되는 날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즉 월요일 오후 3시 이전에 신청하면 수요일 기준가로 다음 주 월요일에 돈을 받을 수 있다. 오후 3시 이후에 신청하면 기준가 적용과 대금 입금일이 각각 하루씩 밀린다.
반면 같은 중국펀드라도 '한화꿈에그린차이나'의 경우 월요일 오후 3시 이전에 환매를 신청하면 목요일 기준가를 적용해 다음 주 수요일에 자금을 내준다. 오후 3시를 넘어서 신청하면 금요일 기준가로 다음 주 목요일이나 돼야 돈을 받는다.

브릭스,남미,중동아프리카 펀드 등은 기준 시간이 오후 5시로 또 다르다. '미래에셋동유럽중동아프리카업종대표' 가입자는 월요일 오후 5시 이전에 신청하면 목요일 기준가,5시를 넘기면 금요일 기준가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둘 다 입금 시기는 다음 주 수요일로 동일하다.

이와는 달리 'JP모간중동아프리카'의 경우 월요일 오후 5시 이전 신청자는 목요일 기준가로 다음 주 목요일에 입금되고,5시를 넘기면 금요일 기준가로 다음 주 금요일에 돈을 받게 된다. 미래에셋 상품과 최대 이틀 차이가 난다.

JP모간운용 관계자는 "중동아프리카펀드는 영국법인에 운용을 위탁해 놓고 있으며 남아공의 대금 결제가 5영업일 이후 이뤄지는 체계여서 다른 상품보다 환매 소요일수가 많다"며 "환전 절차 등 실무 과정에서도 운용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개 위탁운용 상품이 환매 절차가 더 복잡한 경우가 많다"며 "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에는 하루 이틀 차이도 크기 때문에 환매 절차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