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 부사장(52)은 이 회사 세탁기 브랜드인 '트롬맨'으로 통한다. 1976년 용산고를 졸업하고 LG전자에 입사해 32년간 세탁기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이다. 북미시장을 강타한 '스팀' 세탁기 돌풍의 주역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경남 창원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조 부사장은 LG전자가 세탁기 사업을 시작한 지 40주년이 되는 올해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세탁기 시장은 이제 LG전자가 이끈다"고 단언했다.

LG전자가 국내 시장에 드럼세탁기를 선보인 것은 1990년.유럽에서는 흔한 세탁기였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했다. 일본만 150여 차례 왕복하며 히타치 등 일본업체로부터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러다 일본의 기술속국이 되겠다' 싶어 공장 2층에 간이침대와 조리기기를 가져다 놓고 자체 개발에 매달렸다. 1999년 세탁통에 직접 연결된 모터로 움직이는 '다이렉트 드라이브(DD)'를 개발하면서 소음과 전기소모량을 확 줄인 드럼세탁기를 내놨다. 2000년 드럼세탁기 시장이 열리면서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갈 길은 멀었다.

조 부사장은 2003년 '스팀' 세탁기 아이디어를 냈다. 출장이 잦았던 그가 바지주름을 펴기 위해 호텔방 욕실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바지를 널어놨던 경험을 떠올린 것.이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이어지기까지는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일반 세탁기보다 전기는 51% 덜 쓰고 물 사용량을 38% 줄인 스팀 '트롬' 드럼 세탁기를 2006년 내놓으면서 매출은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2003년 2.3%에 불과했던 북미시장 점유율은 2006년 14.3%로 뛰어올랐다. 경쟁사인 미국 월풀보다 평균 200달러나 비싼 제품이었지만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초에는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 1위에 올랐다. 미국시장 진입 4년 만의 일이었다.

조 부사장은 세계 세탁기 시장 2등인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를 뒤쫓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세계 3위다. 고유가 등으로 세계 경기가 좋지 않지만 지난해 830만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 950만대의 세탁기를 판매할 계획이다.

그는 요즘 시스템 세탁기를 구상 중이다. 세탁과 헹굼,탈수뿐만 아니라 건조,다림질,보관까지 죄다 할 수 있는 세탁기를 그려놓고 있다. 옷을 벗어 세탁물 통에 넣으면 알아서 옷감 소재 등을 파악해 자동으로 세탁 코스를 선택하고,고기냄새가 밴 옷을 세탁기에 넣으면 자동으로 탈취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 세탁기다. 그는 "세탁기가 옷장 기능까지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이 사업으로 월풀과 1위를 두고 정면승부를 펼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