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중국 베이징 내 무역 중심지인 궈마오(國貿) 지역에 있는 대형 빌딩을 매입하고 최태원 회장의 집무실까지 마련,'차이나 인사이더(중국 내수기업 형태의 현지화)'를 비롯한 글로벌 전략을 본궤도에 올려놓는다. SK는 이곳을 글로벌 본부로 키워,국내의 '로컬 SK'와 해외의 '글로벌 SK' 체제로 확립해 나가겠다는 중.장기 비전까지 마련했다.



◆또 하나의 SK그룹 만든다


SK가 중국에 빌딩을 매입해 SK에너지,SK텔레콤,SK네트웍스 등 각 계열사의 중국 사업부 및 SK차이나 등을 집결시키고 사업을 재정비하는 이유는 단지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때문만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사업 총괄본부'를 'SK 글로벌 본부'로 키우는 동시에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한 '제2의 SK그룹'을 만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베이징에 들어선 SK의 글로벌 본부가 향후 싱가포르에서 SK에너지의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는 SK인터내셔널(SKI) 등과 같은 글로벌 사업조직을 연계,총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향후 베이징에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의 전략 및 투자 관리를 맡는 조직을 별도로 설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주회사인 SK㈜ 고위 관계자는 "2010년께 국내 사업을 기반으로 한 '로컬 SK'와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SK'를 축으로 한 양대 사업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라며 "중국에 회장 집무실을 따로 두기로 한 것은 최 회장이 글로벌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프로젝트 속도 붙는다


SK에너지,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중국 사업부와 SK차이나가 한곳에 모이면서,각 계열사별 중국 사업 프로젝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최근 중국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인 시노펙과 후베이성 우한시에 연산 8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세우기로 했다. SK의 숙원 사업인 중국 내 생산기지 조성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조만간 지분율 결정을 포함한 본계약 체결이 앞당겨 성사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에 연 200만t씩 수출해온 아스팔트 판매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SK에너지는 곧 이사회를 갖고 중국 내 아스팔트 사업 및 텔레매틱스 사업을 총괄하기 위한 자회사를 각각 설립할 방침이다.

2006년 중국 현지 2위 이동통신 회사인 차이나유니콤에 1조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한 SK텔레콤은 최근 중국의 3세대 이동통신기술(TD-SCDMA)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역시 주유소 사업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사업만을 전담해온 SK차이나도 정보통신,생명과학,자동차 유관 사업,의료,교육 등의 사업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