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곡물 생산이 밀 생산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국제 곡물가격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곡물가 안정과 최근의 유가 하락세가 세계경제에 한 줄기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8일 '곡물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곡물 생산이 21억8000만t으로 전년 대비 2.8%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생산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밀의 풍작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밀 생산은 총 1300만t으로 전년보다 약 4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압둘레자 아바시안 FAO 곡물담당처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들어 세계 곡물시장이 차츰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옥수수 가격은 여전히 1년 전의 두 배 수준인 데다 지난달 미국 중서부의 극심한 홍수로 공급이 빡빡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당분간 곡물가격은 높은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9월물 가격은 부셸당 8.09달러에 마감되며 지난 3월 고점 대비 약 35% 하락한 상태다. 세계 곡물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옥수수 가격도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옥수수 12월물 가격은 이날 부셸당 6.2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26일 사상 최고치(7.88달러)에 비해 3주 만에 25% 떨어졌다. 19개 주요 상품가격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도 1.25% 내린 427.17을 기록,지난 2일 고점(473.52) 대비 약 10%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이란과 미국 간 긴장 완화 기대와 수요 감소 전망에 나흘째 약세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0.41달러(0.3%) 하락한 128.88달러에 마감됐다. 국제유가는 최근 4일간 16.2달러(11.2%) 떨어지며 2004년 12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핵 문제로 대치 중인 미국과 이란이 1980년 국교 단절 이후 처음으로 대화 석상에서 만났다는 소식과 경기 둔화에 따라 세계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에 앞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5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경기 하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발언,유가 추락을 촉발시켰다. 실제로 올 상반기 미국의 원유 수요는 3% 줄어 최근 17년래 최대폭 감소했다. 4분기째 이어진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도 원유 수요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낳았다. 유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롱(매수)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들이 최근 유가가 급락하자 서둘러 포지션 정리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22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의 응답자가 유가가 25일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오를 것이란 응답자는 7명에 그쳤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