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증권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한 선·현물 차익거래를 크게 늘리면서 증시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달 들어 신규 ETF 설정 규모가 5000억원이 넘고 코세프200 등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3개 ETF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금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입 및 기관 순매수 규모 등이 실제보다 부풀려지면서 시장 왜곡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 증권사들의 헤지거래 활발

'외국계證 ETF' 시장혼란 부채질
외국계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들은 주식시장에서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거래하면서 무위험 수익을 내는 차익거래를 하고 있다.

최근엔 ETF시장이 활성화되면서 ETF를 곁들여 차익거래를 하고 있다. 시장에서 코스피200지수를 구성하는 현물 주식을 사들인 뒤 이를 ETF로 전환해 보유하고 있다가 주식시장이 고평가되면 시장에서 내다파는 것이다. 주식을 그냥 팔면 거래세(매도금액의 0.3%)를 내야 하지만 ETF를 팔면 거래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실제 ETF의 순자산 규모는 이달 들어 급증했다. 20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2조4520억원이던 ETF 순자산은 지난 17일 현재 3조30억원으로 보름여 만에 5510억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설정 규모가 크게 늘었다. 코덱스200 타이거200 코세프200 등 3개 종목의 설정계좌 수는 이달에만 4965만개(약 9900억원 규모)나 늘어났다. 이 기간에 이들 종목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조542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들의 차익거래로 인한 수요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 왜곡 현상 심화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코스피지수가 내림세를 보이는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로는 7648억원이 유입됐다.

그러나 이 통계에는 ETF 유입자금 5510억원이 포함돼 있어 이를 감안할 경우 실제 순유입액은 2138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외국인의 ETF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시장을 오도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의 매매 동향도 ETF로 인해 왜곡돼 받아들여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달 1조79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달에만 2조원 가까운 1조883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증권사들이 지금 시장 상황을 바닥으로 보고 주식을 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 순매수를 많이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증권사 순매수의 대부분은 외국계 증권사의 매수로 추정되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ETF를 설정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일 때는 '증권사 순매수'로 통계가 잡히지만 ETF 설정 후 이를 시장에서 팔 경우엔 순매도로 잡히지 않는다. ETF 매매는 투자 주체별 매매 동향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 순매수 규모도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순매수 규모에서 ETF 설정분을 제외한 나머지 1조원 이상의 자금은 상당부분 코세프200 등 3개 ETF에 대한 매도 물량과 맞먹는다"며 "ETF 시장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만큼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통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 용어풀이 ]

◆상장지수펀드(ETF)

특정 지수만큼만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지만 증권시장에 상장돼 실시간으로 거래된다는 게 특징이다. 증권사는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받아 ETF를 설정한 후 증시에 상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