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토종 사모펀드 육성에 적극 나섰다. 급팽창하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칼라일 등 외국계 펀드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사모펀드 시장은 향후 3년간 매년 30%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모펀드와 함께 중국의 벤처펀드 시장도 급성장 추세다. 증시 침체로 기업공개(IPO)가 위축되고 긴축 정책으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사모펀드와 벤처펀드가 중국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사모펀드 설립 완화

중국 정부는 '중국 자본에 의한 중국 산업 육성'을 모토로 토종 사모펀드 설립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승인권을 중앙에서 지방정부로 이관키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중국 사모펀드 시장에서 입김이 강해지고 있는 외국 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다. 현재 중국에는 외국 사모펀드가 100개 이상 들어와 있는 데 반해 중국 토종은 보하이펀드 등 5개에 불과하다. 외국 사모펀드의 중국 내 투자는 작년 말 현재 177건,128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처럼 외국 사모펀드가 중국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은 시장 전망이 밝아서다. 미국 포브스지는 2010년까지 3년간 중국에서 사모펀드 투자가 매년 30%씩 늘어날 것이라며 위축세를 보이는 미국 사모펀드 시장과 대조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포브스는 중국 기업들이 증시 침체에다 은행 대출 규제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자사 주식 가치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게 사모펀드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최근 사모펀드 설립 간소화 방안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과 협의하고 있다며 이 방안이 시행되면 지방 사모펀드가 잇따라 설립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항저우시는 50억위안(7500억원) 규모의 산업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며,칭다오와 시안에서도 300억위안 규모의 수처리시설 관련 사모펀드가 조성되고 있다.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중국 증권사를 연말까지 10여개로 늘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는 증권사 가운데 중신증권과 CICC(중국국제금융유한공사)에만 사모펀드 운용 허가를 내준 상태다.

◆벤처펀드도 개화기

시장조사업체인 제로투IPO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29개의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총 40개의 벤처펀드를 조성했다. 조성액은 30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국 토종 벤처캐피털 회사가 조성한 자금 규모는 11억8000만달러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인텔펀드 IDGVC 등 외국계 벤처캐피털 회사들도 총 16억9000만달러에 이르는 7개 펀드를 조성했다.

벤처펀드의 실제 투자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2분기에만 159개의 중국 기업들이 벤처펀드로부터 총 12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금액 기준 73.5% 증가한 것으로 작년 4분기(164개사,12억4000만달러)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규모다. 분야별로는 인터넷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비중이 45.9%로 가장 높았다.

숀 레인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 대표는 "중산층을 겨냥한 내수형 기업이나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중국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유망 투자 대상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