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독도와 미쓰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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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파문'으로 지금 일본에서 가장 답답한 곳은 미쓰비시중공업일지 모른다. 이 회사는 한국의 인공위성 '아리랑 3호' 발사 수주전에 뛰어들어 러시아업체와 경쟁 중이다. 로켓 제조ㆍ발사서비스 사업의 첫 해외시장 진출인 만큼 사운을 걸다시피 뛰고 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동원해 한국 새 정부에 '선처'를 부탁했고,주일 한국특파원들을 초청해 로켓 공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공들인 프로젝트가 독도 사태로 물건너갈 위기다. 상식적으로 한국 정부가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독도를 도발한 일본의 기업에 선뜻 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은 미쓰비시중공업도 잘 알고 있다.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란 주장을 넣을지가 초미 관심이었던 지난 11일 미쓰비시 공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회사 간부는 "독도를 포함해 모든 게 잘됐으면 좋겠다"며 초조해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항공ㆍ우주산업의 살아 있는 역사다. 나고야에 1920년 공장을 짓고 해군 함상전투기를 만들기 시작해 진주만 공습 때 가미카제 특공대의 자살공격에 쓰였던 '제로센(零戰)'을 양산했다. 일본 첫 국산 프로펠러 여객기 'YS-11'도 미쓰비시 작품이다. 1960년대 후반 로켓 개발에 착수해 작년 9월엔 일본의 첫 달탐사 위성 '가구야'를 성공적으로 우주에 쏘아 올렸다.
미쓰비시의 역사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전쟁 패전 후 미쓰비시중공업은 미군정에 의해 대표적 군수업체로 찍혀 3개 회사로 해체됐다. 그러나 '제로센'을 만들던 호리코시 지로 등 항공기 제조 핵심 기술자들은 지하실에 모여 기술 혼을 이었다.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 흩어졌던 3개 기업은 다시 '미쓰비시중공업'이란 이름으로 합병해 부활한다. 로켓 발사도 네 번이나 실패했지만 미쓰비시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1970년 '4전5기'로 성공시킨다. 난관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 우주로 점차 뻗어나가는 미쓰비시중공업을 보면 '끈질긴 일본'을 발견한다.
독도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독도 도발은 집요하다. 수십년 전부터 세계지도와 백과사전에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이름)로 바꿔놓는 작업을 벌여왔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한국을 자극해 세계인의 머릿속에 '독도는 한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지역'이란 이미지를 심고 있다. '독도 영유권'교육은 치밀하면서도 꾸준하다. 민간 교과서에서 시작해 정부의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표기하기까지 수순을 착착 밟아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도 이미 2005년 고이즈미 정권 때 사실상 결정됐던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일본이 도발하면 확 불붙어 끓다가 어느새 휙 꺼져 가라앉고 만다. '독도 유인도화' 등 갖가지 대책도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불과 몇 달을 내다보지 못하고 '동북아 역사문제 대책팀'을 3월에 해체한 건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냄비식 대응으론 야금야금 독도를 잠식해오는 일본을 막기 힘들다. 질긴 생명력으로 하늘에서 우주로 시장을 넓혀가는 미쓰비스중공업처럼….
됴코=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하지만 이렇게 공들인 프로젝트가 독도 사태로 물건너갈 위기다. 상식적으로 한국 정부가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독도를 도발한 일본의 기업에 선뜻 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은 미쓰비시중공업도 잘 알고 있다.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란 주장을 넣을지가 초미 관심이었던 지난 11일 미쓰비시 공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회사 간부는 "독도를 포함해 모든 게 잘됐으면 좋겠다"며 초조해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항공ㆍ우주산업의 살아 있는 역사다. 나고야에 1920년 공장을 짓고 해군 함상전투기를 만들기 시작해 진주만 공습 때 가미카제 특공대의 자살공격에 쓰였던 '제로센(零戰)'을 양산했다. 일본 첫 국산 프로펠러 여객기 'YS-11'도 미쓰비시 작품이다. 1960년대 후반 로켓 개발에 착수해 작년 9월엔 일본의 첫 달탐사 위성 '가구야'를 성공적으로 우주에 쏘아 올렸다.
미쓰비시의 역사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전쟁 패전 후 미쓰비시중공업은 미군정에 의해 대표적 군수업체로 찍혀 3개 회사로 해체됐다. 그러나 '제로센'을 만들던 호리코시 지로 등 항공기 제조 핵심 기술자들은 지하실에 모여 기술 혼을 이었다.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 흩어졌던 3개 기업은 다시 '미쓰비시중공업'이란 이름으로 합병해 부활한다. 로켓 발사도 네 번이나 실패했지만 미쓰비시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1970년 '4전5기'로 성공시킨다. 난관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 우주로 점차 뻗어나가는 미쓰비시중공업을 보면 '끈질긴 일본'을 발견한다.
독도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독도 도발은 집요하다. 수십년 전부터 세계지도와 백과사전에서 독도를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이름)로 바꿔놓는 작업을 벌여왔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한국을 자극해 세계인의 머릿속에 '독도는 한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지역'이란 이미지를 심고 있다. '독도 영유권'교육은 치밀하면서도 꾸준하다. 민간 교과서에서 시작해 정부의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표기하기까지 수순을 착착 밟아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도 이미 2005년 고이즈미 정권 때 사실상 결정됐던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일본이 도발하면 확 불붙어 끓다가 어느새 휙 꺼져 가라앉고 만다. '독도 유인도화' 등 갖가지 대책도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불과 몇 달을 내다보지 못하고 '동북아 역사문제 대책팀'을 3월에 해체한 건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냄비식 대응으론 야금야금 독도를 잠식해오는 일본을 막기 힘들다. 질긴 생명력으로 하늘에서 우주로 시장을 넓혀가는 미쓰비스중공업처럼….
됴코=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