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수출입은행장이 출근 첫 날인 21일 사무실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노조가 공무원 출신인 진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출근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노조의 이른바 '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은 올해 들어서만 산업 국민은행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제는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임명 후 취임식 당일까지 노조와 실랑이를 벌였고,지주회사 개편 작업이 추진 중인 국민은행의 경우 노조가 20일 가까이 황영기 지주사 회장 내정자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 내정자와 더불어 김중회 지주사 사장까지 '출입금지'했다. 기업은행 김주호 감사는 지난달 27일 임명됐으나 노조의 반대로 지난 18일 가까스로 출근부에 도장을 찍었다.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평가는 '신임 행장 길들이기,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것.관치금융 시절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불신임 표시로 시작된 출근 저지 투쟁이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의 통폐합 과정에서 외부 출신 행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로 이어지면서 일상화됐다는 평가다.

은행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노조 반대로 임명이 철회되거나 끝까지 출근하지 못한 전례가 한번이라도 있느냐"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구조조정을 막고 복리 증진 조건을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한 협상 수단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명분마저 잃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진 행장이 출근길을 되돌린 이날 정치인 출신인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노조의 침묵 속에 직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성대한 취임식을 치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