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수로는 102년 만에 브리시티오픈을 2연패 한 파드리그 해링턴(사진)은 경기 운영 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최종일엔 시속 25마일 안팎의 바람이 불어 선수들의 바짓가랑이가 휘날렸다. 그레그 노먼과 1타차 선두 다툼을 벌이던 10번홀 그린.해링턴이 퍼트하기 위해 볼을 제자리에 놓은 뒤 볼마커를 들려는 순간 볼이 강풍에 밀려 한 바퀴 정도 움직였다.

해링턴은 지체 없이 경기위원을 불렀다. 경기위원은 "마크하는 과정에서 움직였으므로 벌타 없이 볼을 리플레이스하라"고 판정했다. 해링턴이 스스로 그 상황을 해결하려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처리 방향에 따라,해석에 따라 벌타가 주어질 수도 있고 그것은 승부의 추를 뒤바꿀 수도 있는 상황이 될 뻔했다.

그뿐 아니다. 그린에 놓인 볼이 강풍에 움직일 조짐을 보이자 해링턴은 아예 퍼터헤드를 지면에 대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로크를 했다. 그러면 어드레스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아,그 과정에서 볼이 움직여도 벌타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해링턴은 '소리 없는 강자'로 통하는 선수다. 특히 타이거 우즈에게 강한 선수로 정평나 있다. 2006년 일본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서 우즈에게 평생 세 차례밖에 없는 연장전 패배를 안겼던 해링턴은 지금까지 여섯 차례 우즈와 맞대결을 펼쳐 우즈를 앞선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의 주무기는 정교한 아이언샷이다. 그를 바탕으로 프로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파3홀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지난해 미국PGA투어에서 '파3홀 버디 확률' 16.73%로 이 부문 3위다. 이번 대회에서도 나흘 동안 16차례의 파3홀에서 3오버파를 기록하는 데 그쳤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