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의 法 테크]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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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은 원래 입이 무겁다.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꺼린다. 6년 임기 내 점심식사를 혼자 집무실에서 해결했다는 전임 모 대법원장 같은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그러나 공판 중심주의 강화로 법정 내에서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면서 판사들도 '말'이 많아지게 됐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법언의 유래처인 독일에서도 이런 원칙은 깨진 지 오래라고 한다. 삼성특검의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사건 1심 선고를 맡았던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달변이다. 재판이 끝나면 기자들을 불러 판결문 취지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검찰과는 자주 부딪친다. 론스타 사건에서 네 번 거푸 검찰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은 상법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고 검사들의 자존심을 긁어 놓기도 했다. 삼성 재판에서도 "애초 기소가 잘못됐다"며 검찰과 특검을 자극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 발행한 경영진에게 다른 재판부는 1,2심에서 민 판사와 달리 배임 혐의를 적용한 바 있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래도 진검 승부는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고차원 방정식 앞에서 상급심 판사들만 머리를 싸매게 생겼다.
/사회부 차장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