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지난해 4월 철도 관련 주식을 사들인다고 했을 때,많은 투자자들은 다소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유가가 오른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철도가 부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주식을 사들여,이제는 미국내 2위의 철도업체인 버링턴 노던 산타페의 지분을 18%나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버핏의 예상대로일까. 세계는 마치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맞은 것 같다. 기차가 트럭을 제치고 육상운송의 총아로 급부상한 것이다. 철도망이 잘 짜여진 미국도 노선을 신설하는가 하면,러시아는 오일달러를 철도건설에 쏟아붓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장의 고속철도를 완공한 데 이어 철도를 통해 국토를 종횡으로 묶는다는 계획이다. 유럽,인도,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기존 노선을 보완하거나 신규 철도건설에 나섰다.

자동차와 항공기에 밀려 서자취급을 받아오던 기차의 부활은 환경과 운송수단의 효율성과도 관련이 깊어 보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훨씬 적어 가장 친환경적인데다,대량의 화물과 인원을 신속ㆍ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미국의 철도서비스 회사인 암트랙(Amtrak)은 지난 5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여객수의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이다. 20세기 초반 근대화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던 기차의 위상이 세기를 넘어 재현되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차가 점차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고유가 탓이겠지만 지난 6월의 기차 이용 승객이 7년 만에 최고였다고 한다. 휴가철 예약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하는데,자동차에 밀렸던 기차의 약진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철도가 각광을 받으면서 우리의 대륙횡단 철도계획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의선을 연결한 뒤 압록강을 건너 중국을 거쳐 러시아를 관통해서 유럽으로 가는 철길 말이다. 그런데 북한이 저 지경이니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