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억원에 지분 27.8% … 양산빵 1위 SPC와 한판 예고

국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이 양산빵업체 3위 기린을 인수한다. 이로써 CJ는 기린의 제빵.제과.빙과 등 3개 사업군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어,기존 소재.신선.가공식품 사업을 포함해 명실상부한 종합 식품기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기린 대주주 지분(27.86%)과 경영권을 360억원대에 인수키로 결정하고 이르면 이번 주 중 인수.합병(M&A)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CJ제일제당은 21일 "기린 인수를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CJ가 기린 직원 100% 고용승계 등의 조건을 제시,기린 측이 당초 요구액(400억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지분을 넘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69년 부산에서 설립된 기린은 '본 아베띠','후레시 델리' 같은 양산빵을 비롯 아이스크림 '본젤라또',쌀과자 '쌀로별' 등으로 유명하다. 외환위기 이후 화의를 거쳐 2005년 나승렬 전 거평 회장의 장남인 나영돈 기린개발 사장(31)에게 넘어갔다. 현재 기린개발(20.62%) 및 나영돈씨(4.95%)와 동생 나현정씨(2.29%)가 총 27.86%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린은 지난해 805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8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부채비율은 446.7%로 치솟았다. 실적 부진과 유동성 악화로 올초부1터 꾸준히 매각설이 돌았고 지난 5월엔 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공시를 내기도 했다.

CJ가 기린 인수에 나선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 최고 식품기업을 지향해온 CJ로선 기린의 재무상태가 열악하지만 양산빵 등 부족한 사업부문을 보완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게다가 밀가루 설탕 등 소재산업에서 기린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고,아이스크림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기린이 CJ에 넘어감으로써 가장 긴장하는 것은 샤니.삼립식품.파리바게뜨 등을 거느린 SPC그룹.SPC는 양산빵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지만 CJ의 브랜드 파워와 영업력을 감안할 때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나게 된 셈이다. 이달 초 SPC가 우리밀 가공업체 밀다원을 인수해 우리 밀 시장에 뛰어든 것도 CJ의 진입에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판도변화에 대해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CJ의 영업력이라면 양산빵과 빙과 시장에 조기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며 "가뜩이나 경쟁 격화와 소비 부진으로 위축된 상태여서 CJ의 진입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