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까지 화학물질 등록 안하면 수출 금지… 발등의 불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인 '리치(REACH.신화학물질관리제도)' 공포가 국내 화학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효된 '리치'는 EU지역에 판매되는 1t 이상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등록 평가 허가를 거치도록 한 것으로,오는 12월1일까지 사전등록하지 않은 모든 화학제품은 유해성 여부에 상관없이 EU 내 수출(판매)이 전면 금지된다.

사전등록 시한을 앞두고 국내 화학업체들은 리치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업체들은 '리치 전담반'을 신설,제품별 물성(物性)자료를 준비하는 등 사전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EU지역에 다양한 화학제품을 수출 중인 LG화학은 2년 전부터 '리치 전담반'을 꾸려 제품별 상세원료 분석과 환경규제 대상의 원료 구매처 등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이와 동시에 토너 난연제 등 고분자(폴리머)화합물을 공급하는 2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리치설명회'를 갖고,공동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EU로 수출하는 화학제품의 성분을 구성하는 고분자 화합물이 사전등록하지 않았을 경우 덩달아 수출금지 등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LG화학 관계자는 "협력사의 90% 정도가 사전등록을 약속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만큼 어느 정도 지켜질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전등록을 위해 유럽소재 법인을 선정해야 하는 데다 본등록을 위한 물질 실험자료 등으로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 간접수출 기업들의 적극적 대응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리치 사전등록 범위가 혼합물-고분자-원물질의 화학제품 카테고리 중 원물질까지로 돼있다는 점도 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LG화학이 유럽으로 수출하는 품목 중 사전 등록 대상인 46개 혼합물의 경우 600여개 고분자를 성분으로 하고,600여개 고분자를 구성하는 원물질로 가지를 치면 2000개가 넘는다. 게다가 간접수출 기업들은 영업비밀 노출위험 등을 이유로 사전등록 참여를 꺼리고 있다. 사전등록을 위해선 자사 제품의 영업비밀에 속하는 처방,시험자료,물성 등 제품속성을 낱낱이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치의 취지는 유해한 화학제품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모든 제품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며 "EU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환경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므로 효과적인 대처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는 EU지역 수출기업과 유해성 화학물질의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리치 엑스포'란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하며 '리치'의 심각성을 전파하고 있다. 등록비용이 부담인 중소기업들에는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사전등록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