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힘입어 유럽과 러시아 기업들이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항암치료제로 유명한 세계적 제약회사인 스위스의 로슈는 21일 미국 내 파트너인 지넨텍의 잔여지분을 주당 89달러,총 437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로슈는 현재 지넨텍 지분 55.9%를 갖고 있으며,이번에 나머지 지분도 모두 사들이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로슈가 달러화 약세로 기업 가치가 떨어진 틈을 타 지넨텍의 잔여지분 인수에 나선 것이라며 실제 매수대금은 제안액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 제약업체인 테바는 지난주 세계 4위의 미국 제약사인 바르를 74억6000만달러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바르는 현재 120여개의 의약품과 27개의 독점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제약사가 유럽의 제약회사에 넘어간다는 점에서 로슈의 지넨텍 잔여지분 인수 추진과 비슷하다. 또 벨기에의 맥주회사인 인베브는 미 최대 맥주회사인 안호이저-부시를 520억달러에 인수키로 최종 결정했다.

러시아도 에너지가격의 고공행진으로 넘치는 자금을 싸들고 미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 철강업체 에브라즈가 최근 미국 철강업체인 오리건 스틸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올 들어 러시아 기업들이 미국의 기업과 자산을 인수한 규모는 42억달러를 넘는다.

와이스 캐피털 리서치의 마이크 버닉 소장은 "미국에서 주가 하락으로 값싼 기업이 많이 나타난 것은 분명 매력적"이라며 "달러화 약세까지 겹쳐 하반기에는 M&A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최근 M&A가 이뤄지고 있는 제약업뿐만 아니라 금융업에서도 M&A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