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에 '쥬시꾸뛰르''띠어리''제이프레스' 등 '미캐'(미국 캐주얼의 줄임말) 바람이 거세다. 명품 쪽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브랜드들이 강세라면 최신 유행을 추구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에서는 실용성을 강조한 미국 캐주얼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는 '미드'(미국 드라마)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한 간접광고 효과와 미국 유학생 등의 입소문에 힘입은 것이다.

여성복에선 현대백화점이 지난해부터 수입ㆍ판매하는 '쥬시꾸뛰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브랜드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브랜드인 '타임'과 '구호'를 제치고 매출 1위로 올라섰다. 강남지역 인기 브랜드들이 보통 월 평균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비해 쥬시꾸뛰르는 이보다 1억원 많은 2억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인기를 반영,올 가을에는 갤러리아와 롯데백화점에도 매장을 낼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수입ㆍ판매하는 '띠어리'도 급부상하고 있는 미국 브랜드다. 지난해 초 5개였던 매장이 현재 15개로 늘었고,상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300% 이상 폭증했다.

미국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인 청바지도 '프리미엄 진'을 중심으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백화점 청바지 편집매장 '데님바'에서는 '트루릴리전''엔틱데님''세븐포 올맨카인드''허드슨 진' 등 미국 브랜드들이 매출을 주도한다. '까스진'(이탈리아) 등 유럽 브랜드들이 매장에서 빠진 자리에 '제임스진'(5월) '타버니티진'(6월) '맥데님'(6월) 등 미국 브랜드들이 잇따라 신규 입점했다.

백화점에서 아예 미국 브랜드만 모아 놓은 편집매장도 등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스티븐 알란 걸'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로버슨 라운지'가 대표적.올초 선보인 미국 수입 멀티숍 '로빈슨 라운지'는 베벌리 힐스의 로버슨 거리를 컨셉트로 매장을 꾸미고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배우 패리스 힐튼이 즐겨 입는다는 미국 캐주얼 브랜드들을 판매 중이다.

이 같은 '미캐' 열풍에 대해 노자영 쥬시꾸뛰르 브랜드 매니저는 "미국 브랜드들이 파파라치 사진이나 미드를 통해 패리스 힐튼,제시카 알바,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입는 옷으로 알려지면서 구매 대행 사이트나 유명 편집매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패션 트렌드를 4년 넘게 주도해온 프렌치 스타일이 약화된 것도 한 요인이다. 우희원 갤러리아 바이어는 "손쉽게 믹스 앤드 매치가 가능한 미국 캐주얼 브랜드들이 각광받고 있다"며 "유로화 강세로 유럽 브랜드들의 가격이 올라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미국 브랜드의 접근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