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64)이 22일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재임시절의 활동과 경영철학 등을 소개하기 위해 연세대 강단에 섰다. 번트 슈미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담당하는 이 학교 글로벌 경영학석사(MBA) 과정의 '마켓 이노베이션' 수업에서다.

38년간 금융권에 몸담았던 이 회장은 서울시향 대표로 취임해 2004년 1억4000만원에 불과하던 자체 수입을 2007년 33억원으로 늘리고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씨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해 경영과 공연을 분리하는 등 빼어난 경영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강연에서 "서울시향 대표로 활동하는 데 금융업에서 익힌 경영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됐다"며 "다른 분야의 사람이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봤을 때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더 객관적이고 창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었던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접목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분야 간 교류가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업 간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세계 IT 가전제품의 독보적 위치를 자랑하는 소니가 하워드 스트링거 CBS 사장을 회장으로 임명한 사례가 있으며 한국에서도 문화단체에서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예술의전당 사장 등 기업 전문경영자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서울시향 대표로 부임한 즉시 단체의 연주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정씨를 어렵사리 예술감독으로 영입한 데다 단원들도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그는 "런던 뉴욕 암스테르담 등지에서 총 8회에 걸쳐 열린 오디션에 응시한 음악도만 2500명 정도로 서울시향 들어오기가 사법시험 패스하는 것보다도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며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2006년 모차르트 관련 축제와 관광 등으로 2억유로 이상을 벌어들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사례를 소개한 뒤 "문화대국을 향한 첫걸음은 성공적 문화정책의 수립과 집행"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일관성,범부처적인 협조와 문화예술계 학계 기업의 시스템적 협력,지원체제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지속적인 관심 및 투자,문화를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 한데 어우러질 때 대한민국 문화예술 산업의 경쟁력 역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우리 국민의 열린 문화의식도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융권으로 돌아오니까 친정에 온 것 같이 편안하지만 요즈음 각광받는 '감성경영''감성리더십'을 서울시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휘하기 위해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경영혁신 성공사례는 박헌준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빅 싱크 전략'의 저자인 슈미트 교수의 공동 연구를 통해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재에 연구사례로 채택됐다.

글=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